세계 3대 마임축제로 꼽히는 ‘춘천마임축제’를 23년째 이끌고 있는 마임이스트 유진규 씨(59)가 7일 오후 청각장애인 학교인 인천 부평구 성동학교에서 공연을 펼친다. 이 학교 초등부 고학년생, 중고등부 학생 80여 명과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서다.
유 씨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올해의 100인 예술가로 선정됐다. 100인 예술가는 영화 음악 국악 무용 문학 미술 공예 만화 건축 연극 뮤지컬 대중문화 등 국내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유 씨 외에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성악가 조수미, 국악인 김덕수, 무용가 안은미, 소설가 박범신, 가수 노영심, 지휘자 정명훈, 디자이너 이영희, 궁중음식연구가 한복려 씨 등이 있다. 이들은 올해 청소년, 군부대 장병, 소년원 수감자를 대상으로 450회의 강연 공연 캠프 등을 진행한다.
유 씨의 강연은 10여 년 전부터 인연을 맺은 성동학교에서 시작된다. 올해 선정된 100인 중 인천을 처음 방문하는 것. 특히 이 학교 마임동아리 ‘동그라미’는 유 씨에게 마임 연기지도를 받은 것을 계기로 춘천마임축제에 10년째 참가하고 있어 이번 만남이 더욱 각별하다.
국내 마임의 산증인인 유 씨는 청각·언어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먼저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몸짓인 마임을 쉽게 이해하도록 강의부터 한다. 강연은 현장에서 통역사에 의해 수화로 전달된다. 또 유 씨는 소품 등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마임을 실연하도록 한다.
이어 6명으로 구성된 마임동아리 ‘동그라미’가 지난달 29일 춘천마임축제 무대에 올렸던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라는 마임 작품을 학생들과 함께 감상한 뒤 조언을 해줄 예정이다. 이 작품은 황사, 자동차 매연, 쓰레기 투기, 무분별한 벌목 등으로 생태계 파괴가 점점 심각해져 가는 지구를 어떻게 살려내야 하는지를 마임으로 표현하는 내용.
유 씨는 “외국엔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마임 극단이 많은데 한국에는 한 곳도 없다”며 “오랫동안 마임을 하고 있는 성동학교 학생들이 연기를 계속하고 싶어 한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그라미는 매주 화 금요일 수업이 끝난 뒤 2시간가량 연습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축제, 장애인복지시설 등에 초청돼 수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매년 1, 2개 작품을 만들어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해 황순원 작가의 소설 원작을 각색한 ‘소나기’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들을 지도하는 기유정 교사는 “청각장애 학생들은 평소 몸짓 표현을 자주 하기 때문에 마임 무대에 서면 놀랍게 변신한다”며 “소심한 학생은 낯가림을 하지 않고 활달해지고 감격스러워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100인 예술가의 재능나눔 일정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홈페이지(www.arte.or.kr/specialday)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들은 지난달 23일 위촉식을 했고 이달에 유진규의 마임멘터,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무용가 김인희의 무용 클래스, 사진작가 김중만의 사진수업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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