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사진)이 초등학교에 중간·기말고사 대신 도입한 과목·단원별 수시평가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곽 교육감은 과목별 수행평가 배점을 30% 이상으로 의무화한 조치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정책은 3월부터 시행됐지만 일선 학교가 반발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조금씩 바뀌었다. 이번 지시로 서울시교육청이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시행해 혼란을 불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이 두 가지 정책에 대해 “학교가 어려움을 겪고 학생들도 부담을 느낀다니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애초에는 암기 위주의 학습을 줄여 학습 부담을 덜고 사교육비도 경감하겠다며 시작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처음부터 불만이었다. 1년에 4회이던 중간·기말고사를 없애고 단원별 수시평가를 보자 1학기에만 시험 횟수가 10회 이상인 학교가 생겼다. 또 교사별로 알아서 시험 문제를 내니 업무가 늘고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게 됐다.
수행평가 30% 의무화도 마찬가지. 모든 과목에 도입하니 학생은 시험공부 외에 준비해야 할 것이 더 늘었다. 특히 고3 학생의 불만이 컸다. 김모 군(18)은 “중고교 생활 처음으로 수학 수행평가를 했다. 10과목이 넘는데 다 수행평가를 하라니 부담이 크다. 교육청이 학생 생활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채점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A고 교사는 “고학년일수록 대입에 민감해 수행평가 비율이 늘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수시평가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주요 과목에 한해 단원별 실시 여부나 시기를 교사가 정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3월에 보냈다. 이어 4월에는 입시 일정을 고려해 고교3학년 2학기의 수행평가 비율을 자율적으로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이들 정책을 재검토하는 이유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적으로 올바른 방향이지만 학교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32개교 학생과 교사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문제가 생긴 뒤에야 의견을 수렴한 데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A고 교사는 “아무 준비도 없이 수행평가를 도입하라고 했지만 공립은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 부담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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