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 고엽제 조사장비 3대 공개하더니 가동은 1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4일 03시 00분


■ 3.2km² 캠프캐럴 ‘매립지 조사’ 부실 논란

고엽제를 파묻었다는 경북 칠곡의 미군기지인 캠프 캐럴에서 2일 한미공동조사단이 지
하에 있는 물질을 지표투과레이더(GPR) 방식으로 탐색하고 있다. 칠곡=사진공동취재단
고엽제를 파묻었다는 경북 칠곡의 미군기지인 캠프 캐럴에서 2일 한미공동조사단이 지 하에 있는 물질을 지표투과레이더(GPR) 방식으로 탐색하고 있다. 칠곡=사진공동취재단
3.2km²(약 96만8000평)에 이르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대한 고엽제 매몰 조사가 고작 레이더 기기 1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당초 21일까지 마무리하려던 기지 내 헬기장 조사 등 매립 의혹 지역에 대한 조사가 1주일가량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한미공동조사단에 따르면 당초 이번 조사에는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 고엽제 드럼통을 찾기 위해 지표투과레이더(GPR) 3대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미군은 2일 첫 조사에 앞서 GPR 3대를 공개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 결과 2일과 3일 실제 조사에서 GPR는 1대만 사용됐다. 조사단 관계자는 “2일 미군이 공개한 3대 중 나머지 2대는 테스트 때문인지 옆에 두기만 하고 사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3일 오후에는 조사단원들이 퇴근하는 바람에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2일과 3일 GPR로 조사한 지역은 헬기장(1만4400m²·약 4356평)의 5분의 1에 그쳤다. 조사단은 당초 4일간 헬기장을 레이더로 전부 스캔한 후 데이터 분석을 21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기간이 절반가량 지났지만 진척률은 20%에 그친 것. 레이더 조사의 단점을 보완할 전기비저항탐사(ER·전기를 땅속으로 흘려 물체를 찾는 장비)는 7일에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하루(오전 9시∼오후 6시) 동안 레이더 1대로 800평 내외를 스캔할 수 있다. 1대로 고엽제 매립 의심 지역인 헬기장, D구역, 4구역을 합친 면적(약 3만3058m²·약 1만 평)을 스캔하려면 12일 이상 걸린다. 또 스캔한 자료를 판독하는 작업도 2주 이상 소요된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된 조사 일정들이 5∼7일 연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사단은 헬기장은 21일, D구역은 다음 달 7일까지 1차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른 장소도 조사할 예정이었다.

칠곡 주민들은 “한시바삐 고엽제 매몰 유무를 확인해야 하는데 달랑 기계 한 대로 수만 평을 점검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동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송필각 경북도의회 부의장은 “미군 측에 ‘다른 레이더를 왜 부대 내로 들여오지 않느냐’고 묻자 미군은 ‘(한미 양국 간) 협의가 안 됐다’라고만 하더라”고 전했다.

운영 중인 GPR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운영된 레이더는 진흙이나 소금기 있는 토양에서 정확도가 떨어져 드럼통 등 형태를 파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도 “현재 사용 중인 레이더는 미군이 장비업체를 선정해 부대 내로 들여온 것”이라며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여러 대의 GPR를 공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신속히 환경조사를 하고 싶은데 미군 측이 ‘신중하게 하자’는 입장만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조사장비 보강을 놓고 양국 간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동조사단 한국 측 대표인 옥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미군과 협의해 조사 장비가 보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조사단 측은 “3일 조사에서도 고엽제 드럼통으로 추정되는 물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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