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검사장 주철현)은 3일 구속 기소된 브로커가 지난해 K리그 경기에 거액을 베팅한 뒤 배당금을 챙긴 사실을 밝혀내고 해당 경기의 승부가 조작됐는지를 캐고 있다. 검찰은 브로커 김모 씨(27)가 지난해 9월경 열린 K리그 정규경기에서 스포츠토토에 1억 원을 베팅해 2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김 씨가 승부조작을 위한 사전작업을 거쳐 베팅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0억 원이 넘게 몰려 베팅이 자동으로 중단된 지난해 하반기 K리그 9경기 자료를 스포츠토토 측으로부터 넘겨받아 2군 선수가 많이 뛴 경기를 중심으로 분석 중이어서 승부조작 경기와 연루 선수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승부조작이 이뤄진 올해 4월 6일 ‘러시앤캐시컵 2011’ 경기에 불법 베팅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포항 스틸러스 김정겸 선수(35) 외에 다른 선수가 더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또 승부조작 과정 전반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지역 복권방 업주들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승부조작을 부탁하며 선수들에게 거액을 제공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구속된 브로커 김모 씨(28) 등 2명을 기소했다. 경남지역 한 고교 축구 선수 출신인 이들은 문제의 대전 시티즌-포항 스틸러스전과 광주 FC-부산 아이파크전을 이틀 앞둔 4월 4일 광주 FC 골키퍼 성모 씨(31)와 대전 시티즌 미드필더 박모 씨(26)를 찾아가 “이번 경기에서 져 달라”며 각각 현금 1억 원과 1억20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승부조작을 위해 투자자를 끌어모은 전주(錢主) 이모 씨(32)와 브로커 간 알력에서 표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씨는 선수매수 자금으로 2억8000만 원을 브로커에게 조달했으나 정작 자신이 해당 경기에 베팅하기 전 고액이 몰리면서 발매가 중단되자 자금 반환 문제로 브로커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3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 때 마르코 빌리거 FIFA 법무국장을 만나 승부조작 등 비리 근절 대책에 대한 협조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FIFA는 불법 베팅 사이트 거점이 중국, 홍콩, 마카오 등일 경우 대한축구협회가 요청하면 인터폴에 수사를 의뢰하고 자체 조사단도 파견해 직접 상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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