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현충일을 사흘 앞둔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만난 참배객 선순임 씨(50·여)는 최근 “현충원의 경건한 분위기가 많이 사라지고 격(格)도 떨어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과거 국방부가 관리하던 현충원 의전 및 경비가 민간업체로 넘어가면서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엄숙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형식적이고 사무적인 공원 관리의 느낌만 묻어난다는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국방부가 관리 운영하던 현충원은 2006년 1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국립서울현충원은 국방부가, 대전 유성구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은 국가보훈처가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현충원은 경비인력은 물론이고 의전까지 모두 민간업체에 맡겼다. 서울현충원도 2008년 12월 52사단 경비인력을 철수시키고 민간회사 용역업체 직원으로 채웠다.
대전현충원은 현재 안장 의식이나 참배 행사도 모두 민간업체에서 대행하고 있다. 2009년 7월 출범한 대전현충원 민간의전단은 군대를 다녀온 대학생 계약직 직원이 대부분이다. 한 군 의장대 간부는 “민간의전단이 강도 높은 제식훈련을 소화한 군 의장대를 대신해 순국선열을 모시는 주요 행사를 치르기에는 절도, 자세 등 전문성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몰군경유족회 대전시지부 관계자는 “민간인이라 총 없이 행사를 치르니 전통적인 ‘받들어 총’도 할 수 없다”며 “엄숙한 분위기도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군인 60여 명이 경내 경비를 맡았던 서울현충원도 민간회사가 맡으면서 인력이 40여 명으로 줄었다. 유가족들은 “인력 감축으로 경내 경비가 소홀해지고 일부 몰지각한 방문객의 행동 통제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오후 서울현충원을 방문한 박모 씨(67)는 “수십 년간 현충원을 찾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경내를 과속하는 차량과 소란을 피우는 방문객이 부쩍 는 것 같다”며 “지난해 2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불이 난 것도 경비 소홀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가족들은 현충원 관리를 다시 군인이 맡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몰군경유족회, 광복회, 독립유공자유지계승유족회 등은 “미국 국방부가 관리하는 버지니아 주 알링턴 국립묘지는 군인이 보초를 서고 의전을 담당하고 있다”며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장소를 단순히 관리가 필요한 공원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양 현충원 측은 “경비 용역을 민간업체에 맡긴 것은 열린 방향으로 현충원을 운영하자는 뜻”이라며 “일부 유족의 바람은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현충원에 군인을 다시 파견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군인이 경비를 맡는다고 해서 분위기가 딱딱해지고 민간인 방문객이 불편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웃소싱을 해야만 ‘열린 현충원’이 된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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