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스타 제자 둔 소감요? 저도 스타 된 기분이에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7일 03시 00분



서울의 A여고 3학년 담임 K 교사. 요즘 최고 인기가도를 달리는 아이돌 가수 L 양이 그의 반 학생이다. 덕분에 K 교사는 일주일에 한두 번 특별한 일상을 보낸다. 빡빡한 방송 스케줄 탓에 결석이 잦은 L 양이 학교에 들를 때마다 교문 앞으로 ‘원정수업’을 떠나는 것. 원정수업이라니, 무슨 영문일까? K 교사의 설명.

“L 양이 탄 승합차가 교문 앞에 들어서면 바로 옆 학교 중학생들이 사인해 달라고 꺅꺅거리며 차를 몇 겹으로 에워싸는 통에 L 양이 밖으로 나올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제가 갑니다. 학생들을 헤치고 차에 탄 후 5∼10분 중요한 학사 일정을 안내해요. 그동안도 어찌나 창문 틈새로 달려드는지, 저까지 스타가 된 기분이라니까요.(웃음)”

초등생도 가수로 데뷔하는 시대. 학교생활과 연예활동을 병행하는 중고교생 아이돌 스타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제자로 둔 교사들도 전례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스타 제자’를 맡게 된 교사들의 일상은 어떨까?

일단 스타의 사진을 찍기 위해 교실로 모여드는 학생들을 저지하는 일은 다반사.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 세례가 쏟아지는가 하면, 스타를 보려고 학교에 숨어든 외부인과 ‘술래잡기’를 벌여야 할 때도 있다. 제자의 인기로 인해 덩달아 홍역을 치르는 셈이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교사들의 긴장감은 더욱 커진다. 일부 팬들이 쉬는 시간마다 사인 공세라도 펼쳐 스타와 같은 반인 학생들의 시험에 지장을 주면 큰일이기 때문. 이런 이유로 K 교사는 기말고사를 앞두고 특별 대책까지 구상했다. ‘시험은 교실에서 보게 하고, 쉬는 시간엔 교무실로 피신시킨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

일부 교사는 ‘아이돌 제자’를 둔 탓에 잡무(?)가 늘기도 한다. 인기 여자 아이돌 가수 C 양의 담임인 서울의 B고등학교 K 교사는 얼마 전 작은 수첩을 구입해 겉표지에 ‘사인(sign) 요청 리스트’라고 적었다. “우리 아들(딸)이 C 양의 팬이니 사인 한 장만 받아달라”는 다른 학급 교사나 주변 사람들의 요청이 끊이질 않기 때문. 그때마다 수첩에 사인 받을 사람의 이름과 함께 ‘공부 열심히 하세요’ ‘수능 대박’같이 그들이 요청한 문구를 기록해둔다.

K 교사는 “귀찮을 때도 있지만 제자가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 흐뭇하다”고 했다.

아이돌 스타의 담임교사 자리가 번거로운 것만은 아니다. 때론 수업에 도움이 된다.

남자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 손동운(20)의 고2 시절 담임이었던 서울 한영고 김유성 교사(36). 그는 수업 중 학생들이 지루한 기미를 보일 때면 손 씨의 학교생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교실 앞 스크린에 띄우거나 직접 선물 받은 사인 CD를 보여준다. 여학생들의 환호성에 졸고 있던 남학생들의 눈까지 번쩍 뜨인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

김 교사는 “동운이가 데뷔 전 가수의 꿈을 품고 열심히 노력했던 모습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엔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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