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이사람/권숙정 화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8일 03시 00분


척수장애인들에게 누드 크로키 강의

권숙정 화백(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척수장애인들의 누드 크로키 수업을 진행하며 직접 지도하고 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권숙정 화백(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척수장애인들의 누드 크로키 수업을 진행하며 직접 지도하고 있다.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장애인들은 움직임에 대한 열망이 강하기 때문에 생동감이 있는 예술을 더욱 소중하게 느낍니다.”

누드 크로키 중견 작가인 권숙정 화백이 대전과 충남지역 척수장애인들에게 누드 크로키를 가르치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척수장애인들에게 예술을 통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서다.

7일 오후 4시 대전 서구 만년동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누드 크로키 수업. 여성 모델이 가운을 벗자 흰 속살이 드러난다.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강렬한 음악 속에 4B연필이 ‘쓱싹쓱싹’ 스케치북 위를 움직인다. 모델이 포즈를 바꿀 때마다 스케치북이 넘어가고 새로운 몰입이 시작된다. 모델이 가운을 집어 들어야 비로소 시간이 30여 분 훌쩍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수업에 오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정물화와는 달리 생동감이 있지요. 저희도 늘 자유로운 움직임을 소망하니까요.” 1991년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쳐 휠체어에 의존하고 있는 대전척수장애인협회 형일욱 총괄본부장(40)은 “누드 크로키 수업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매일 철사로 사람 형상을 만든 뒤 이리 저리 구부리면서 그려 보세요. 거울 보시면서도 그려 보고요.” 권 화백은 “평소에 연습을 하지 않으면 11월 전시회에 좋은 작품을 낼 수 없다”며 연습을 독려한다.

권 화백은 배재대 미술교육학과와 충남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뒤 개인전과 단체전 300여 회를 연 중견 작가다. 2000년부터 대전드로잉 그림 모임을 만들어 대전지역의 누드 크로키 장르를 주도해 왔다. 2008년부터는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지난해에는 목척교에서, 올해 6월부터는 으능정이거리(중구 은행동)에서 거리 초상화 그리기 행사를 벌였다. 권 화백은 이 행사에 장애인들을 초청했다가 이들과 인연을 맺게 됐다.

권 화백은 “크로키는 억눌리고 숨겨진 표현의 욕구를 해방시키는 첫 단추이자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배출할 수 있는 창구”라며 “척수장애인들이 크로키의 매력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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