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2000년 3월에도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로 홍역을 앓았다. 1998년의 외환위기 이후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했다가 2000년에 일제히 10% 가까이 올리면서 빚어진 일이다. 총장실 점거가 잇따르면서 학사 행정이 마비된 대학이 적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분위기도 비슷하다. 최근 10년간 국공립대는 98%, 사립대는 68%를 인상했다. 물가상승률의 2, 3배가 오른 셈이다. 대학이 재정확충과 구조조정은 소홀히 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지갑만 쳐다본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치솟는 등록금 원인은
대학 수입으로는 등록금, 재단 전입금, 기부금, 국고보조금, 교육외수입이 있지만 사립대는 재정 대부분을 등록금에만 의존한다.
2010년 국내 대학의 교비회계 통합 자금예산서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일반대학)의 수입 15조4730억 원 중 65.6%(10조1527억 원)가 등록금 수입이었다. 재단 전입금은 8.8%, 기부금은 3.6%에 그쳤다.
등록금 비중이 80% 이상인 사립대도 38곳이나 되고 전입금이나 기부금 수입이 1% 미만인 곳도 적지 않다. 기부금이나 투자 수익이 많은 미국 사립대의 등록금 비중이 26%인 것과는 격차가 크다. 결국 등록금으로 살림을 꾸리는 대학들이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등록금 인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학이 적립금을 쌓아두고 학생을 위해 사용하지 않아 등록금이 비싸진다는 지적도 있다. 사립대 적립금 규모는 2009년 결산 기준으로 6조9493억 원에 이른다. 이화여대는 누적 적립금이 6280억 원으로 가장 많은데 2009년 한 해 동안 838억 원이 늘었다. 적립금 2위인 홍익대는 563억 원, 3위인 연세대는 708억 원이 늘었다.
적립금 용도는 건축 적립금이 46%로 가장 많은 반면 연구적립금은 9.2%, 장학적립금은 8.6%에 그쳤다. 학생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은 특별한 용도가 없는 기타적립금이 34.8%나 된다는 점을 들어 “대학이 적립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방만한 재정 운영도 등록금 인상을 부르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대학은 등록금 인상 전을 기준으로 예산을 짜면서 수입은 적게, 지출은 크게 편성한다. 서울지역 26개 사립대의 경우 2009 회계연도 기준으로 수입·지출에서 부풀린 예산이 8300억 원에 이른다. ○ 등록금 완화 대안은
등록금 부담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려면 해마다 7조 원가량이 필요하다. 정부예산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와 여권은 연간 2조 원 이상을 투자해 소득 하위 50% 학생에게 등록금 절반을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학이 재정확충에 힘쓰면서 장학금 지원을 확대해야 실질적인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립대 재정 지출 명세를 보면 41%(6조3372억 원)가 교직원 보수다. 학생장학금이나 학비감면, 연구 지원에 쓰는 연구학생경비는 23.5%뿐인데 이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적립금 가운데 장학적립금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가능하다. 대학마다 30∼40%에 이르는 기타적립금을 활용해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는 것.
그러나 대학마다 천차만별인 적립금만으로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소장(상명대 교수)은 “대학 적립금이 많아도 상위 30% 대학에 몰려 있어 모든 대학에 적립금을 활용해 등록금을 낮추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효율적인 재정 운영만으로도 어느 정도 완화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당수 대학이 수입은 줄이고 지출은 늘리는 내용으로 예산을 편성해 해마다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을 남긴다.
이런 상황에도 절반 이상의 대학 재단이 매년 법인 전입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아 등록금 인상분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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