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 결혼을 앞두고 신혼여행지를 프랑스로 정했던 직장인 김모 씨(35)는 최근 여행지를 동남아로 변경했다. 유럽에서 번지고 있는 이른바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장출혈성대장균(EHEC) 때문이다. 김 씨는 “주위에서도 대부분 만류하고 신부도 걱정을 많이 해 신혼여행지를 바꿨다”고 말했다.
EHEC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유럽여행을 가려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등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각 여행사에는 “유럽에 가도 정말 안전한 것이냐”는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8일 하나투어 관계자는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사람은 아직 없지만 예약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도 “감염이 더 확산될 경우 올여름 유럽여행객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 전문 웹사이트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정보나 걱정을 담은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회원이 20만여 명에 이르는 인터넷카페인 ‘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의 한 누리꾼은 게시판에서 “딸이 지금 베를린을 여행하고 있는데 채소는 전혀 안 먹는다고 하지만 걱정이 사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을 여행 중인 여행객들도 인터넷을 통해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은 아니지만 채소는 무조건 익혀 먹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미 유럽을 여행 중인 사람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4일 출국해 현재 스페인에 머무르고 있는 직장인 김지원 씨(28·여)는 “전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준비한 여행이라 취소할 수가 없었다”며 “음식은 꼭 익혀 먹고 물도 가급적 생수를 사서 먹고 있다”고 말했다. 7월 유럽 어학캠프 상품을 내놓은 한 유학원 측은 “신청한 학부모들이 ‘정말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느냐’는 우려를 많이 한다”며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일정을 미루거나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HEC 전염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슈퍼박테리아는 독성이 강하거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세균에 붙이는 통칭 용어. 그러나 현재 유럽에서 유행하는 이 대장균은 독성이 약하고 항생제를 쓰면 죽기 때문에 슈퍼박테리아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장균은 현재 정확한 오염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가축 배설물에 오염된 물이나 이런 물로 씻은 채소 등에 붙어 있다가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장균은 죽어도 독소가 사라지지 않고 배출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어 고령자들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대장균은 섭씨 75도 이상에서 3분간 가열하면 죽기 때문에 유럽여행객들은 반드시 익힌 채소류를 먹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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