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프라임저축은행의 불법 초과대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은행 측도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저축은행중앙회에 지원 가능 자금을 문의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9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프라임저축은행 테크노마트 지점은 하루 종일 2000명이 넘는 예금자가 몰렸다. 이 지점은 하루 250명을 기준으로 대기번호표를 나눠줬으며 이날 오후까지 대기표가 22일분까지 동이 났다.
그러나 은행 측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불법 대출한 사실이 없고, 5000만 원 이하 예금은 전액 보장된다”고 설득하자 대부분의 고객은 일단 대기표만 받은 뒤 발길을 돌렸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온 김모 씨(63)는 “2000만 원 이하를 예금한 분들은 가지급 대상이라 영업이 정지되더라도 2, 3주 안에 받을 수 있다”며 직접 고객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고객은 완강히 인출을 요구했다. 서모 씨(61·여)는 “만기가 9월이고 전액 보장이 된다지만 돈을 찾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3300만 원을 인출했다.
예금액이 예금 보장 한도인 5000만 원을 초과하는 일부 예금자는 5000만 원 미만 예금자들에게 “5000만 원 이하는 전액 보장되는데 왜 왔냐. 우리는 더 급하다. 비켜라”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 은행 여의도지점에도 오전부터 200여 명의 고객이 몰렸으며 오전 한때 인터넷뱅킹이 불통되는 일도 벌어졌다. 은행 측은 “사용자가 몰려 과부하로 잠시 다운됐는데 현재 복구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 은행의 이날 총 인출액은 오후 5시 최종마감 기준 380억 원으로 8일 같은 시간 500억 원보다 크게 줄었다.
한편 프라임저축은행은 저축은행중앙회에 유동성 지원 가능 금액을 문의했고 중앙회는 최대 1000억 원 내에서 긴급자금 지원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중앙회 관계자는 “프라임저축은행 측에서 추가 담보를 제공하면 지원 금액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임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 인출에 대비해 가지고 있던 1800억 원과 8일 유가증권 등을 매각한 금액을 포함해 총 2000억 원의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아직 긴급자금을 요청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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