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당정 간 갈등을 빚어 온 취업후학자금상환제(ICL) 부담 완화, 대학과 야당의 반발을 불러온 대학 구조조정 관련 법안 논란 등은 5월부터 최대 갈등 이슈로 떠오른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담당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5월 국무총리실에 올해 관리해야 할 갈등과제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12일 총리실의 ‘2011년 부처 공공갈등과제’ 분석 결과 나타났다.
교육부는 또 지난해 초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두고 갈등이 고조될 때도 “관련기관 홍보를 강화하고 있어 갈등이 완화되고 있다”고 총리실에 보고했다. 올해 5월 지역 간의 극한 대립 속에 과학벨트 입지 선정이 마무리된 뒤에는 “공정한 선정 절차에 따른 입지 선정으로 갈등을 해소했다”고 자평했다.
정부가 갈등과제를 매년 관리하고 있지만 갈등 예측과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알고도 방치해 갈등 키운 정부
‘군 가산점제 부활’ ‘공공기관 지방이전’ ‘재건축·재개발 절차 규제 개선’….
이명박 정부가 2008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 매년 갈등관리과제로 선정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해묵은 이슈들이다. 특히 총리실의 ‘2008∼2011년 갈등과제 리스트’를 살펴보면 17개의 과제가 4년 동안 매년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엔 국민연금기금 운용체계 개편, 원전 신규용지 확보 등 정책과제와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인리발전소의 고양시 이전, 광주공항 국내선 무안공항 이전 등 입지갈등이 섞여 있다.
이 과제들은 4년 내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정부와 민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자체와 다른 지자체 등의 상호 불신을 높이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현 정부는 갈등관리과제로 2008년 97개, 2009년 103개, 2010년 101개, 2011년 87개를 선정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갈등조정과제였던 2003년 66개, 2004년 62개, 2005년 45개, 2006년 51개, 2007년 27개에 비해 많다. 이는 노무현 정부 때보다 갈등 과제들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각 부처들이 과제 선정에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2008년 집권 첫해 각 부처가 선정한 잠복과제를 보면 이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 행정중심복합도시 이전, 철도공사 선진화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4년 내내 그 과제들은 전국을 뒤흔든 갈등 요소로 작용했고 사회 통합을 가로막았다. ○ 갈등 해결 포기하고 묻어두기도
갈등관리과제로 선정해 놓고도 해결책 모색을 포기하거나 보류해 이듬해 과제 리스트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2010년 보건복지부 갈등과제에 포함됐던 ‘영리의료법인 허용 검토’의 경우 올해는 리스트에서 빠졌다. 복지부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줬지만 진흥원은 국민의료비 상승을 포함해 부작용이 크다고 결론을 내린 반면 KDI는 산업화 촉진, 소비자 선택권 제고 등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런 상반된 결과로 관련 논의가 중단돼 올해 갈등과제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찬성과 반대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에 그냥 묻어뒀다는 얘기인 셈이다. ○ 부처마다 갈등관리 들쭉날쭉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갈등관리를 각 부처에 자율로 맡기다 보니 부처의 의지에 따라 관리 실적이 들쭉날쭉하다”며 “국무총리실이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가지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부가 2008년부터 4년 내내 갈등관리과제로 선정한 ‘군 가산점제 부활’이 단적인 사례다. 2008년에 한 번 ‘갈등관리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된 뒤 내내 잠자고 있다가 올해 4월에야 두 번째로 토론 안건에 올랐다.
대통령령인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은 갈등 관리를 의결하는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각 부처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정작 중앙행정기관 및 이해당사자가 모여 갈등 해소를 실행하는 ‘갈등조정협의회’는 권고 사항으로만 돼 있다. 실제 총리실은 올해 실시한 ‘2010년도 부처 갈등관리 실태 점검·평가 결과’에서 “모든 기관이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구성했으나 대부분 연 1, 2회 개최했으며 여전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조정협의회의 활성화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갈등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이나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소한 공무원에 대한 인사 평가 반영도 부처마다 제각각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갈등관리 교육훈련을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훈령에 근거조항을 마련해 놓고도 지난해 갈등관리 실적을 인사에 반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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