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한계에 부딪친다. 한계 앞에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벽을 넘어서는 사람도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면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은광여고 3학년 송지윤 양(18·사진)에게도 한계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중학교 때까지 반에서 1, 2등을 다투던 송 양. 하지만 이게 웬걸. 고교 첫 중간고사 성적은 국어 81점, 수학 81점, 사회 82점. 기말고사 성적은 더 떨어졌다. 고1 1학기 최종 성적은 국어 81점 4등급, 수학 78점 4등급, 영어 87점 3등급이었다. 암기과목 점수는 90점대였지만 1등급은 없었다.
예전보다 공부를 적게 한 것도 아니었다. 고1 1학기 성적이 고교 3년을 좌우한다는 얘기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부해도 더 이상 성적이 오르지 않을 거란 부정적 생각이 송 양을 짓눌렀다. 단단한 벽에 부딪친 기분이었다.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들고 어머니 앞에 선 송 양은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나 최선을 다했는데 이 정도 밖에는 안돼. 여기까지인가봐.”
부모님은 송 양을 따뜻하게 격려했다.
“괜찮아,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두려운 마음과 속상한 마음을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쏟아내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벽에 부딪쳤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려던 그때,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제가 생각했던 최선은 결국 중학교 수준에 머물러 있었더라고요.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송 양의 선택은? 다양한 공부법을 활용하기보단 공부시간을 늘리는 정직한 ‘직구’로 승부하기로 결심했다. 성적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매일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뒤에도 자진해서 밤 12시 가까운 시간까지 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갔다. 주말에도 방학 때도 거의 빠짐없이 오전에 학교에 가서 오후 늦게까지 공부했다.
공부량은 급격히 늘었다. 매일 하루 4시간 이상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한 덕분이다. 중학교 때 스스로 공부한 시간은 하루 1, 2시간 정도였다.
공부방법은 우직했다. 영어는 교과서 본문을 통째로 외워버렸다. 교과서를 2, 3번 읽고 자습서에 나온 한글로 된 해설을 복사해서 그 밑에 한 문장씩 영어로 기억을 더듬어 적었다. 해설과 영어문장이 완벽하게 일치할 때까지 반복했다.
수학은 문제를 많이 푸는 이른바 ‘양치기’식 학습은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해설이 자세히 나와 있는 문제집을 골라 3번씩 반복해 풀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문제는 해설을 보지 말고 스스로 해결하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송 양은 고민하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해설을 보면서 공부했다. 문제해결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유형화해서 다양한 풀이방법을 익혀 나가는 일도 중요했다.
노력의 질이 바뀌자 성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서서히 뜨거워지다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폭발적으로 끓기 시작하는 물처럼, 송 양 성적도 한 순간 변했다. 고2 2학기 성적은 국어 93점, 수학 95점, 영어 94점. 모두 1등급이었다. 그렇게 송 양은 인문계열 전교 1등을 차지했다.
송 양은 요즘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다. 스스로 한계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뛰어넘은 경험이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이젠 뭐든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목표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의 눈은 기자를 향해 있다.
“현장을 누비는 멋진 기자가 되고 싶어요. 가치 있는 일을 위해 몸을 던지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힘든 직업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젠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낼 자신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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