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300억 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고가 미술품을 구입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6)과 이를 도운 회사 관계자들이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13일 회삿돈 226억 원을 횡령하고 74억 원을 정해진 용도나 절차를 따르지 않고 사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담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또 담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도운 조경민 그룹 전략담당 사장을 구속기소하고 김성수 전 온미디어 대표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그룹 사장은 남편이 구속된 점과 본인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입건 유예했다.
담 회장에게는 미국 추상화가 프란츠 클라인의 작품 ‘페인팅 11. 1953’(시가 55억 원) 등 140억 원어치의 해외 유명작가의 미술품 10점을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구입해 서울 성북동 자택에 설치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미술품을 집에 걸어둔 대기업 오너를 횡령죄로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담 회장 자택과 이웃한 오리온그룹 위장계열사 아이팩 서울사무소(옛 해봉갤러리) 건물이 담 회장 딸의 침실과 화실 등 별채로 쓰인 사실도 드러났다. 이 건물 개조 공사비와 관리비 8억 원은 아이팩 회삿돈으로 지출됐다. 담 회장은 또 자택에 8명의 관리 인력을 두고 연간 2억 원씩, 10년간 모두 20억 원의 인건비를 계열사의 회삿돈으로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자동차 마니아’인 담 회장은 2002∼2006년 아이팩 회삿돈으로 리스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셰 카이엔’ 등 고급 외제승용차를 자녀 통학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미술품 거래를 통해 오리온의 비자금 조성을 도운 혐의(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 기소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한창훈)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날 담 회장과 홍 씨의 재판을 병합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공판은 29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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