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부산 모 대학 운동부 감독인 박모 씨(56)는 사회 친구 김모 씨(55)의 소개로 한복집 사장 이모 씨(49·여)를 만났다. 이 씨와 김 씨는 먼 사돈 사이였다. 첫 만남에서 이 씨는 자신을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관리인’이라고 속였다. 며칠 뒤 이 씨는 박 씨에게 “해운대 동백섬 근처 해상관광호텔 운영자금을 투자하면 몇백 배 이익과 이권을 주겠다”고 꼬드겼다.
이 씨와 김 씨는 박 씨가 보는 앞에서 “어르신은 연희동에 잘 들어가셨나”라며 가짜 장세동 전 대통령 경호실장과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쇼도 했다. 때로는 장 전 실장이라며 전화를 바꿔줬다. 미리 고용한 가짜였다. “몇 달 뒤 내가 내려가 그 건(호텔 운영)을 해결하겠네”라는 목소리에 박 씨는 확실하다 싶었다. 이들이 하나회 출신 군장성들과 미국 중앙정보국(CIA)한국지부장과 친하다는 것도 믿을 만했다. 박 씨는 2006년 4월부터 11월까지 57차례에 걸쳐 1억 5000만 원을 이 씨에게 보냈다.
몇 달 뒤 장 전 실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부산에 왔다가 먼저 올라가셨다”며 몇 차례 미루는 게 수상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씨가 잠적한 뒤였다. 부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잠적했던 이 씨를 최근 체포해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김 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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