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이 평소 자신을 따라다니는 정치꾼이나 지인을 채용 공고도 내지 않은 채 곧바로 지방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기로 해 큰 논란이 예상된다.
14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이런 방향으로 지방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지자체장은 비서진만 채용 공고 없이 곧바로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지만 9월부터는 선거공약 추진 분야, 직소(直訴)민원, 기타 일반직 공무원이 하기 힘든 업무 분야 등도 공고 없이 채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비서진을 제외한 나머지 공무원은 모두 ‘계약직 공무원 규정’에 따라 반드시 관보나 일간신문에 공고하고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선거 공신 등 지자체장의 측근이 내정돼 뽑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행안부의 이번 방안은 ‘형식적인 공고를 통한 채용’조차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
이에 따라 이 같은 방안은 단체장이 자신을 따르는 정치꾼이 갈 자리를 합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방자치 이후 행정 조직이 예전에 비해 중립성을 잃고 단체장의 손발로 전락하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지자체가 더욱 정치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정 교수는 “이런 식으로 단체장의 인사권한을 키워주기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방안이 더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경기지역 A시의 한 사무관은 “지금도 시장 소속 정당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느라 상급 기관과 적잖은 마찰을 빚고 있다”며 “더 많은 참모진이 입성하면 행정이 정치 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행안부에 따르면 단체장이 당선 후 계약직으로 데려오는 참모진은 광역지자체는 평균 12명, 기초지자체는 2, 3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비서진과 공약 추진 등 드러난 ‘참모진’만 포함한 수치로 대변인이나 홍보책자 제작, 인터넷 홍보, 대시민 서비스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계약직으로 포진한 단체장 측근 인사는 포함하지 않은 것.
하지만 행안부는 각 지자체의 계약직 공무원이 정원의 5% 수준으로 중앙행정기관의 계약직 비율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 수준까지 계약직 공무원 정원을 늘리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지자체장의 판단만으로 채용할 수 있는 자리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고 없이 채용하는 보좌진은 단체장이 퇴임할 때 동반 사퇴하도록 명시하고 채용 범위도 정해 놓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