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브래지어’ 고민에 빠졌다. 10일 열린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연행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의 한 여대생을 수감하면서 브래지어를 벗게 해 인권침해 논란이 인 것이 발단이 됐다.
한대련은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 광진경찰서가 연행한 여학생에게 브래지어를 벗도록 한 뒤 수감했고 다음 날 이 상태로 조사를 받도록 해 심한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광진서에는 여학생 7명이 연행됐으며 경찰은 이 중 1명이 자해를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여성 경찰관이 브래지어를 벗도록 조치했다.
경찰은 경찰청 훈령 479호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에 따라 브래지어 탈의는 당연한 절차라는 견해다. 이 규칙은 피의자를 유치할 때 허리띠 넥타이 등 자살에 이용될 수 있는 물건은 입감 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브래지어도 자살 및 자해에 이용될 수 있는 물건”이라고 말했다.
경찰서 유치장 입감 시 브래지어 탈의 문제는 그동안에도 논란이 계속됐다. 2008년 8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나왔다가 연행돼 유치장에 입감됐던 여성 9명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브래지어를 벗도록 해 성적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영국의 경우 브래지어를 이용해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으며 일본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스타킹이나 브래지어를 위험물인 ‘끈 종류’로 보고 유치장에서 소지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 인권위는 “여성 유치인에게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할 때 그 취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브래지어를 탈의한 후 성적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보완조치를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경찰은 브래지어 탈의 시 겉옷 위에 입을 수 있도록 유치장에 가운을 비치하고 있다. 광진서 역시 브래지어를 탈의한 여학생에게 가운 또는 본인이 갖고 왔던 카디건을 입을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홍영화 광진경찰서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홍 서장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지만 (여학생이) 수치심을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브래지어 탈의 논란이 자꾸 불거지는 만큼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관계자들은 이날 광진서를 찾아 당시 상황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등을 점검했다. 경찰 관계자는 “규정상 브래지어 탈의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탈의로 인해 수치심을 느끼는 점도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보인다”라며 “단지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지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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