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7시경 인천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 사업지구. 사람들이 떠난 다세대주택과 상가 등 텅 빈 건물 사이로 주인 없는 개들이 떼 지어 다니고 있었다. 철거를 위해 건물을 둘러싼 가림막은 이리저리 찢겨 휘날리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동네 분위기는 더욱 을씨년스러워졌다. 사람들이 왜 이곳을 ‘유령도시’로 전락했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 1년째 사업 중단돼 동네 흉흉해져
인천시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인천 루원시티 사업이 1년 가까이 중단돼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루원시티 조성사업은 시가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97만 m²(약 30만 평)에 주상복합아파트 등 1만1000여 채를 비롯해 77층 랜드마크타워와 지하 3층 규모의 최첨단 교통센터, 쇼핑몰 등을 세워 세계 최고 수준의 입체 복합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
200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루원시티는 시가 막대한 사업비 조달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당시 대한주택공사)를 참여시키면서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조6000억 원의 보상비가 투입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상업용지 분양이 어려워져 사업이 중단된 채 1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시와 LH가 최대 800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게 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업이 멈춘 것. 현재 6000여 채의 다가구주택과 아파트, 상가가 텅 빈 채 방치돼 주민들은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곳에선 3월 귀가하는 승객을 끌고 가 성추행한 택시 운전사와 남고생이 여고생을 강제로 성추행해 경찰에 입건되는 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 최모 씨(47)는 “하루빨리 인천시가 개발 방향을 세워 주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7월경 새로운 개발계획 잡힐 듯
시는 루원시티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상업용지 규모 조정 등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성 개선 전담팀과 도시계획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토지이용계획 변경을 비롯한 사업계획 변경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전체 용지의 25%를 차지하는 상업·업무시설 용지를 축소하고 아파트를 더 짓는 쪽으로 개발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시와 LH는 12월까지 개발계획을 변경하고 내년 상반기(1∼6월)에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하반기에 단지조성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와 LH가 루원시티의 개발계획을 입체도시에서 아파트 단지로 바꾸고 있는 만큼 양 기관은 계획을 바꿀 때 주민 재정착과 개발지역 환경개선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또 철거지역 석면 대책과 주민 건강검진 및 유기견 대책, 관계 기관의 성실한 민원처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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