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외국인 탄 택시 OK… 내국인은 안돼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 남산 국립극장 방향 매표소 출입 ‘역차별’ 논란

9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옆 남산 N서울타워 출입 매표소에서 직원이 택시 탑승 승객을 살피고 있다. 서울시는 남산의 쾌적한 환경 조성, 외국인 관광객 편의, 교통 체증 완화 등을 이유로 6년 전부터 내국인이 탄 택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9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옆 남산 N서울타워 출입 매표소에서 직원이 택시 탑승 승객을 살피고 있다. 서울시는 남산의 쾌적한 환경 조성, 외국인 관광객 편의, 교통 체증 완화 등을 이유로 6년 전부터 내국인이 탄 택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왜 한국인은 못 들어가나요?”

최근 주부 임모 씨는 남산에서 ‘출입 저지’를 당했다. 네 살 된 아이와 100일 된 아기를 데리고 서울타워에 놀러 간 임 씨는 택시를 타고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방향 남산 출입 매표소로 향했다. “승용차 및 택시 출입이 불가하다”는 매표소 관계자에게 이유를 묻자 “남산의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내국인은 걸어서 가거나 친환경 남산순환버스를 이용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임 씨는 매표소 앞에서 내리자 자신 곁으로 택시들이 매표소를 통과해 쌩쌩 달리는 것을 목격했다. 외국인이 탄 택시였다. 이유를 묻는 임 씨에게 매표소 직원은 “방침이 그렇다”며 매표소 옆 안내 전광판을 보여줬다. 전광판에는 ‘차량 진입 금지. 단 여권 소지 외국인 택시는 가능’이라는 문구가 흘렀다. 임 씨는 “외국인만 택시를 탈 수 있고 내국인은 불가능한 것은 차별”이라며 서울시청 자유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렸다.

○택시 10대 중 7대 되돌아가


서울시는 2005년 초 국립극장∼서울타워∼남산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남측 순환도로 3.1km 구간의 차량통행을 제한했다.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고 남산 자연 보호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시는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여권을 소지한 외국인이 탄 택시, 3급 이상 장애인이 탄 승용차나 택시는 출입이 가능토록 한 것. 외국인이 탄 택시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당시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0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편의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외국인 특혜는 계속되고 있었다. 문제는 시민들이 이런 사실을 명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9일 오후 기자가 국립극장 방향 남산 출입 매표소를 찾아 현장을 지켜봤다. 30분 남짓 지난 시간 동안 이곳을 찾은 택시 10대 중 7대가 한국 사람이 탔다며 매표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되돌아갔다. 여권을 가진 외국인이 탄 택시는 3대에 불과했다. 매표소 관계자는 “영어를 구사하며 외국인인 척하는 ‘편법 시민’들도 종종 보인다”며 “이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라도 여권 소지 유무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의 택시 출입 금지가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표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누구나 택시를 타고 왔기 때문에 매표소 일대부터 장충동까지 교통 체증이 심했는데 지금은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을 찾는 택시는 하루 평균 40∼50대 수준으로 과거 수백 대보다 급격히 줄었다.

○역차별 행정 vs 외국인 배려


그러나 시민 반응은 냉담하다. 직장인 김시현 씨(34)는 “남산 자연 보호나 교통 체증 방지 등을 위해 택시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외국인은 되고 내국인은 안 되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외국인 편의를 존중해 주기 위해 내국인 권리를 규제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정책 수립 전에 충분히 논의가 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병구 중부푸른도시사업소 공원운영팀장은 “외국인들이 남산 순환버스를 타기엔 어려운 점들이 있다”며 “국익을 위해 서울 시민들이 양보를 해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시는 역차별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도 대안 마련은 하지 않고 있다.

최광빈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내국인 입장에서 충분히 ‘역차별’이라고 지적할 수 있지만 내국인도 택시 탑승을 허용하거나 외국인 관광객 택시 탑승을 막는 등 갑자기 정책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택시운전사를 대상으로 남산 출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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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추천 많은 댓글

  • 2011-06-17 19:10:49

    난 어느정도 이 제도에 대해 동의합니다. 한국에 놀러와서 한번쯤 N타워를 보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에게 보다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거죠. 하지만, 우리나라 시민 모두에게 허용이 된다면, 택시는 물론 일반 차량도 출입을 승인한다는 전제를 배제할 수 없죠. 따라서 남산은 차로 붐비게 될것 입니다. 대한민국 시민중 택시로 가지 못해 남산에 못올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보편적인 수단으로는 케이블카, 남산순환버스등이 있습니다. 걸어서 가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조깅하시는 분들도 있고, 여기에, 차로 붐비는 일반적인 도로가 되는 것은 그리 보기 좋지많은 않겠죠. 좀 더 거시적이고 논리적인 관점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배가 아플 일은 아닐 것 입니다

  • 2011-06-17 20:28:55

    차별이란게 뭔가 같은조건이란게 있는상태에서 대우가 달라야 차별이지,,, 선진국의 척도중 하나가 문화 관광산업이고,,, 어느정도 시민의식 질서등을 말할때 서로의 배려와 양보를 말하기도 하겠지요,,, 무엇보다,,, 인생살면서한번정도 올까말까한 대한민국을 찾은 손님들에게 보다 좋은모습을 보여줄수 있게 하자는게 차별은 아니지요,,, 우리가 우리말로 길물어서 버스타구 케이블카타구 가끔은 산책겸 올라갈수있는 언제나 우리곁에 있는 그길과,,, 잠시 찾은 외국에서 언어도 안통하는데 똑같이 물어물어 버스타구 케이블타구 산책으로 가는 관광지라면 반나절이상 걸려야 가볼수있는곳 차라리 다른곳을 찾게 되죠 평지투성이닌 도쿄 파리 뉴욕에서도 인공구조물밖에 없건만 남산같이 좋은곳에서 좋은기억 가지고가면 좋잖아요

  • 2011-06-17 19:41:26

    전 반대입니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다같이 보다 쉽게 갈 수 있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국에서도 차별받고 있는데, 과연 다른 나라에서 차별한다고 말할 수 있을지요? 이런 정책을 당연시하게되면 결국 다른 차별도 당연시여기게 됩니다. 물론 여러가지 사정상 출입을 통제할 순 있죠. 그러면 차별없이 모두 통제해야하고, 정 일부 차량이라도 사용해야한다면 일정시간을 정해 순환 버스등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찌되었든 보다 개선적인 방법을 찾아야지 이렇게 차별을 당연시하는 정책이 남아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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