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엿보기]성남시-의회 갈등… ‘막장’까지 치닫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경기 성남시와 성남시의회 간 갈등이 ‘점입가경’입니다. 지난해 7월 민주당 소속 이재명 시장이 취임하고 한나라당이 시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갈수록 ‘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습니다. 갈등은 지난해 7월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시장의 돌발적인 선언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치적 쇼”라며 비난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9월 이 시장이 시립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시의회는 논란 끝에 보류했습니다. 이어 성남문화재단 등 산하 단체 대표 임명을 둘러싸고 또다시 충돌했습니다. 두 자리는 아직까지 공석으로 남아 있습니다.

두 기관 간 갈등으로 학교 사회복지사 파견 사업 등이 중단됐습니다. 임시회 파행으로 주민센터 행패의 당사자인 이숙정 의원에 대한 징계는 아직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 시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들까지 편이 갈려 서로를 성토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갈등은 7일 절정에 달했습니다. 한나라당 소속 장대훈 시의회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것이 이 시장의 의회 짓밟기와 핍박에서 비롯됐다”고 비난했습니다.

성남시는 한술 더 떴습니다. 문기래 행정기획국장은 곧바로 성명을 발표하고 “시의회가 본연의 업무를 외면해 시민들에게 큰 실망과 좌절감을 안겨주었다”며 “시의회 의장은 임시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시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집행부 공무원이 의회 ‘수장’의 사과를 요구한 것입니다. 그동안 이 시장을 지원하던 민주당 의원들까지 15일 “방법과 표현이 금도를 넘었다”며 성남시를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장 의장은 해당 국장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할 방침입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별도 고발 조치를 준비 중입니다. 사태가 갈수록 꼬이고 있지만 이 시장은 이렇다 할 언급 없이 16일 자매결연을 이유로 울릉도로 떠났습니다. 물론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대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성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의 원인은 ‘자존심 지키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아 씁쓸할 뿐입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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