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한국화단 원로 송수남 화백 55년만에 전주 귀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고향 품에 오니 창작의욕 다시 샘솟아”

1980년대 현대수묵운동을 주도했던 한국 화단의 원로 남천 송수남 화백이 50여 년 만에 고향 전주에 돌아왔다. 수묵화 작업을 재개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그림서당과 작은 미술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북일보 제공
1980년대 현대수묵운동을 주도했던 한국 화단의 원로 남천 송수남 화백이 50여 년 만에 고향 전주에 돌아왔다. 수묵화 작업을 재개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그림서당과 작은 미술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북일보 제공
한국화단의 원로 남천 송수남 화백(73)이 고향인 전주에 돌아왔다.

1956년 고교 3학년 때 전주극장 부근 일번지다방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서울로 떠난 지 55년 만이다. 그는 전주시 완산구 서서학동 흑석골에 작업실과 살림집을 겸해 2층 공간을 마련했다.

“요 앞길로 할머니를 따라 보광재 근처의 절에 다녔어요. 저기에는 작은 폭포가 있어 여름에 친구들하고 멱 감으러 다니곤 했지요.” 그는 편안한 모습으로 50여 년 전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누구나 나이 들면 대부분 고향에 내려가 살고 싶다는 말을 하지만 막상 결행은 쉽지 않다. 그는 “서울살이가 너무 번거로웠다”며 “제자가 많다 보니 추천사 부탁에 전시회 찾아 다녀야지 잡다한 일이 너무 많아 작업할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노 화백의 귀향을 환영하는 마을 주민들은 마을 어귀에 환영하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그는 한옥마을인 교동에서 태어나 중앙초등학교(1회)를 다녔다. 어린 시절 뛰놀던 경기전과 한벽루, 전주의 풍류와 아취는 그에게 평생을 관통하는 남천 그림의 바탕이다. 어린 시절 전주에서 김영창 하반영 이준성 이우주 등의 그림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고 박철교 박민평 등은 그의 후배다.

그는 짐 정리가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붓을 다시 잡았다. 공기가 좋고 마음이 편하니 창작의욕이 샘솟는다. “최근 5년여 동안 그려온 꽃을 잠시 접고 수묵을 다시 해볼 생각입니다.” 그의 예술은 부단한 실험과 도전으로 점철돼 있다. 1960, 70년대 실경 산수가 유행할 때 관념적이고 조형적인 산수를 추구했고, 1980년대부터는 ‘현대수묵운동’을 주도했다. 1990년대에는 ‘붓의 놀림’ 시리즈로 유현한 수묵이 지닌 원초적인 조형미를 드러낸다. 그는 “수묵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한지에 먹물이 스며드는 때”라며 “먹물처럼 세상과 내가 하나 되는 삶을 꿈꾼다”고 했다.

그는 당초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한 그는 나중에 한국화과로 전과했다. 홍익대 동양화과에서 30여 년 동안 교수를 하며 30여 차례의 개인전과 동경국제비엔날레(1967년), 상파울루비엔날레(1973년), 한국화 100년전(1986년) 등 단체전에 참가해 국위를 선양했다. 영국대영박물관과 스웨덴 국립동양박물관, 뉴욕 브루클린박물관,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등에 그의 그림이 소장돼 있다.

그는 앞으로 지역의 유망한 신진작가를 지원하고 지역 주민과 소통하기 위한 미술도서관과 작은 미술관을 운영할 계획이다. 오랜 꿈인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서당도 여력이 닿는 대로 만들 계획이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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