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초중고 방학 분산” 제안… 교과부 “현실성 없는 정책” 일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사전조율 없는 한건주의 대책”… 교육계, 문화부 성토 쏟아져

17일 열린 국정토론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내놓은 초중고교 방학 분산 방안에 대해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는 한마디로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는커녕 주무부처와 사전 조율도 없이 한건주의식 대책을 발표한 데 대해 교육계의 성토가 쏟아졌다.

문화부에서 제안한 방학 분산은 여름 휴가철에만 관광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여름방학, 겨울방학, 봄방학으로만 구분된 초중고교의 방학을 분산하겠다는 내용이다.

교과부 측은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부처에서 엉뚱한 얘기가 나왔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교과부의 한 공무원은 “방학을 분산하려면 학기를 세분해야 하며 이럴 경우 기존의 교육과정을 전체적으로 다 바꿔야 한다. 단순히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학을 분산하려면 2학기로 구분된 현행 체제를 작은 단위의 학기로 쪼개야 한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과정의 근간을 흔드는 셈이다. 하지만 문화부는 이런 방안을 내놓기 전에 교과부와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 정책을 바꿀 때 무엇보다 중요한 고려사항은 ‘교육적인지’ 여부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학교 구성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방학 분산 방안을 내놓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교육 정책을 부처 이해관계에 따라 재단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이에 앞서 4월 지식경제부도 대학 정보기술(IT) 교육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IT 과목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아 수험생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당시에도 교과부는 “주무부처와 아무런 상의 없이 교육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정책을 발표한 것은 상식 밖”이라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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