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멈출 위험이 높은 환자는 심장을 살리는 제세동기(除細動器·사진)를 미리 빌려 놓았다가 집에서 응급상황 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제세동기는 전기충격으로 심방 심실의 불필요한 세동을 제거해 갑자기 멈춘 심장을 되살리는 기기. 보건복지부는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라 심장정지의 위험성이 크다고 진단한 환자에게는 제세동기를 빌려줄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해마다 2만여 명이 심장정지로 병원에 실려가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고 무사히 퇴원하는 환자는 2.5%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다는 뜻이다.
복지부는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7월까지 공모를 해서 하반기부터 원하는 병원을 중심으로 제세동기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선 150여 대를 구입한 뒤 이용률을 보고 확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제세동기를 무료로 빌려준다.
제도가 정착되면 환자는 매달 3만 원 정도에 제세동기를 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제세동기는 1대에 300만 원 정도로 개인이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다만 제세동기를 빌리려면 가족이 심폐소생술과 작동법을 배워야 한다. 대여대상을 가정으로 한정한 이유는 심장정지의 70%가 가정에서 발생하기 때문.
국내 심장 질환자는 5만여 명. 이 중에서 협심증이나 부정맥 심부전으로 심장이 멈출 위험이 큰 환자가 많이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심한 고지혈증이나 고도 비만으로 심장에 무리가 가는 환자도 이용할 수 있다.
공공시설에 제세동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은 원래대로 추진한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제세동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곳은 지하철역과 공항 등 전국에 1만3000여 곳. 하지만 실제로는 4119곳에만 설치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집에서 제세동기를 사용할 때는 119와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로 바로 연결돼 의료진이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 장치를 함께 부착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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