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건설본부의 6급 공무원 A 씨는 2009년 12월 자신이 현장 감독을 담당하던 본오∼오목천 도로 확장포장공사의 현장소장 B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룸살롱의 외상 술값을 대신 지불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B 씨는 불과 2주 전 A 씨의 강권에 못 이겨 저녁식사를 함께했고 식사비와 2차 유흥주점 술값 375만 원을 개인카드로 낸 상태였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직원을 시켜 외상값 170만 원을 추가 결제했다.
이른바 ‘갑(甲)’인 A 씨의 노골적인 청탁은 술값 대납뿐만이 아니었다.
A 씨는 지난해 9월에는 B 씨를 데리고 골프용품점에 간 뒤 모자와 바지, 상의 등을 골라 입은 뒤 계산을 하지 않고 나가 버렸고 결국 B 씨가 40여만 원을 결제했다. 10월에는 A 씨의 제안으로 함께 친 골프 비용 147만 원도 내야 했다. B 씨가 순순히 요구를 들어주자 A 씨는 아예 50만 원이 찍힌 술값 영수증을 건네주며 대납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A 씨는 “진행 중인 감사가 끝나면 감사관들에게 저녁을 사주고 접대를 하기 위해 공사 현장별로 100만 원씩 지원을 부탁하고 있다”며 B 씨에게 100만 원이 든 봉투를 요구해 이를 챙겼다. 또 “같은 팀 직원의 자녀 돌잔치가 있다”며 B 씨 등 2명에게서 40만 원을 받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9, 10월 서울시와 경기도를 상대로 건설공사 집행실태 감사를 벌인 결과 A 씨의 이런 비리를 적발해 경기도에 해임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이번 감사에서 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 등 주요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무리한 사업 추진과 민간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예산을 낭비해온 사실도 지적했다. 한강 플로팅아일랜드 조성사업,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여의도 샛강 조성공사 등에서 사업 타당성 부족 및 부적정한 예산 집행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한강 플로팅아일랜드 사업에 대한 업체 측의 부실한 사업성 검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무상 사용기간을 적정 기간인 20년보다 많은 25년으로 늘렸고 이행보증금 82억 원도 아직 징수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사업자에게 부당이득을 줬다.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에서는 광장 조성사업과 관계없는 도시 환경정비사업까지 별도 입찰과정 없이 한 민간업체에 몰아줘 220억 원의 공사비를 수주하도록 특혜를 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마곡지구의 워터프런트 조성사업 중 2000억 원대 규모인 올림픽대로 입체화사업은 “경제성이 없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무리하게 이를 밀어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 사업으로 공사비 89억 원을 낭비한 공무원들을 포함해 모두 13명에 대한 징계를 서울시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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