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세종고 3학년 박민혁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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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놀더라도 학교에서… “잡념 이기니 ‘공부하는 맛’ 알았어요”


《“혼자 공부해선 좋은 성적 받기 힘들걸?” 2년 전, 친구가 던진 한마디가 한 남학생의 귓가를 울렸다. 가슴이 아렸다. 당시 그는 친구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반에서 3등 안에 들던 그였지만 고교에 올라오자마자 전교 50등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혼자 공부하면 안 된다고? 되는지 안 되는지 한번 두고 보라지!’ 그때부터였다. 서울세종고 3학년 박민혁 군(17·사진)의 도전이 시작됐다.》
○자율학습실 돌부처, 공부의 짜릿함을 맛보다


박 군은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그 대신 중학교 때는 복지회관에서 진행하는 무료 수업을 활용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수업을 들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전교 10등 초반대 성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교 진학 후 처음 본 3월 모의고사는 박 군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었다. 언어 3등급, 수리 4등급, 외국어 4등급. 전교 50등 밖으로 밀려났다. 내신 성적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수학이 문제였다. 1학기 점수는 65점. 한때 과학고 진학도 생각했던 박 군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점수였다.

“수학, 영어수업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어요.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당시 성적으로는 서울에 있는 대학 진학도 쉽지 않다고 하셨어요. 눈앞이 깜깜했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박 군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 12시까지 자율학습실에서 자습을 하기 시작했다. 놀토(노는 토요일)나 일요일에도 오전 9시에 학교에 가서 오후 10시까지 자리를 지켰다. 공부가 쉽고 재미있었느냐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견디는 게 쉽지 않았다.

책상 앞에 앉으면 ‘농구하고 싶다’ ‘이렇게 공부한다고 성적이 잘 나올까?’ 같은 온갖 잡념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래도 박 군은 버텼다. ‘놀더라도 학교에 가서 놀자’고 생각하고 주말에도 눈을 뜨면 발걸음을 학교로 재촉했다.

몇 개월이 지나자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는 집중도 안 되고 혼자 공부하기 쉽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공부의 재미를 발견하기 시작한 것. 특히 노트 한 면 가득 풀이과정을 쓰며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을 때의 짜릿함을 알게 됐다.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 놀땐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이게 바로 공부하는 맛이구나’ 싶었다.

○“공부하고 싶은 후배 위한 디딤돌 될게요”

박 군은 고1 때는 수학과목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1학년 때 수학의 기초를 확실히 다지지 못하면 2, 3학년이 돼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하루 공부시간의 80%를 수학에 할애했다. 문제를 풀 때는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을 들였다. ‘이 문제를 출제한 의도는 뭘까?’ ‘이 조건이 문제에 있는 이유가 있을 텐데’ 같은 의문을 풀어나갔다. 자연스럽게 문제를 분석하는 실력이 늘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자 처음 접하는 문제도 척척 풀렸다.

학교 안에서 이뤄진 대학생 학습 멘터링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데 도움이 됐다. 2학년 때까지 일주일에 한두 번 2시간씩 대학생 선배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배웠다.

노력의 결과는 정직했다. 고3 1학기 중간고사에서 수학 100점을 받은 것. 2일 실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고사 수리영역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총점 359점으로 인문계 4등을 차지했다.

중학교 때부터 과학과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박 군. 그의 꿈은 서울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뒤 IT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다. 역할모델은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다. 처음 혼자 공부를 시작했을 때도 힘들었지만 결국 극복한 것처럼 언젠가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믿고 도전할 생각이다.

“대학에 가서는 고교 후배를 위한 멘터링을 할 거예요. 나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장학재단을 세워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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