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한 다단계회사. 사장 김모 씨(48)는 노인 수십 명과 불치병 환자들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김 씨가 자랑스럽게 내놓은 제품은 혼합음료수 ‘천년유청’. 그는 “짭짜름한 맛이 특징인 이 천년유청은 초원적외선 약알칼리수로 세포재생 작용과 혈류개선, 체력증강, 신진대사 활성화 등의 기능이 있다”며 “마시기만 하면 당뇨병부터 간과 대장, 폐, 자궁 등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에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선전했다. 김 씨의 현란한 설명에 사람들은 한 병에 1만5000원짜리 음료수를 거침없이 샀다.
하지만 이 ‘천년유청’은 수돗물에 소량의 죽염을 섞은 일반 소금물과 별 차이가 없는 제품. 김 씨는 제품 공급자 B 씨(60)가 만든 이 물을 공급받아 노인과 불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장사를 했다. B 씨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자신을 미국 하버드대 박사 출신으로 소개하는 신문광고를 내는가 하면 허위로 제품설명서도 만들어 나눠줬다.
김 씨와 B 씨가 이런 방법으로 최근 두 달간 수돗물을 팔아 번 돈은 무려 3억5000여만 원.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들에게 속아 음료수를 구입한 피해자가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김 씨 등을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물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의학적 효능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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