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신입사원’ 등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포장된 이미지로 살아가는 정치인과 연예인 등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정면승부를 펼치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국민은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이런 콘테스트류의 프로그램이 나름대로의 시청률을 유지했던 것은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다. 소위 486세대인 필자는 어렸을 때 장학퀴즈에 나오는 멋진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온 가족이 모여서 흥미롭게 시청하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필자에게 장학퀴즈류의 프로그램에 나갈 것을 은근히 종용하셨던 필자의 팔순 노모는 최근까지도 ‘골든벨’ 프로그램을 즐겨 보신다. 필자는 결국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 드리지 못하였다.
며칠 전 동아일보의 시론란에 게재된 김은미 이화여대 교수(국제개발협력학회장)의 ‘봉사단원은 예능인이 아니다’라는 칼럼을 보면 아마도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해외봉사단원을 이러한 공개 경쟁을 통해 뽑으려는 시도가 있는 것 같다. 이 글에서 김 교수는 봉사단원은 봉사와 헌신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지만 일회성 행사를 통해 어떻게 이러한 자질을 가진 봉사단원을 선발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또한 체력경쟁 식의 프로그램이 될 경우 청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열세인 시니어들의 불리함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2009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에서 봉사단원을 교육해온 필자로서는 김 교수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한다. 분명 그러한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김 교수도 글에서 언급하였듯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정말 잘 기획해 진행한다면 국민에게 ‘해외 자원(自願)활동’의 중요성을 알리고 많은 청년들이 이러한 활동에 지원하게 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지방에 위치한 국립대로 70% 이상이 공대생이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근무하면서 한국국제협력단 봉사단원으로 지원하는 학생을 딱 한 명 보았다. 그는 지금 파라과이에서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또한 봉사단원 교육 때 구성원을 보면 대부분이 수도권 대학 출신이고 인문사회계 출신이었다. 이와 같이 지역과 공대생들에게는 해외 자원활동에 대한 이해와 인지도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하는 인원을 전체 해외봉사단의 일부에 국한하고, 주니어와 시니어를 구분하며, 참가자들을 전공별로 나눠 각자의 영역에서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외적인 능력 못지않게 내면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정교하게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는 전제하에 필자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지지를 보낸다.
만약 이러한 조건이 만족된다면 가칭 ‘나는 자원활동가다’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에게 해외 원조의 필요성을 알리고 지구촌에서 어렵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경제적으로 보수도 많지 않지만 세계의 어려운 이들을 묵묵히 돕고 있는 기존의 많은 ‘자원활동가’들을 국민에게 소개하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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