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두 대학의 기상천외 사학비리 요지경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총장은 ‘파출부 급여’ 교비로 지급… 교수는 제자 통장이용 장학금 슬쩍

광주 A대학 한 학과실이 허위 장학금을 신청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도장 세트. 광주 남부경찰서 제공
광주 A대학 한 학과실이 허위 장학금을 신청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도장 세트. 광주 남부경찰서 제공
올 2월경 광주 A대학 모 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신들 명의의 장학금 통장에 정체불명의 돈이 입금됐다가 하루 만에 어디론가 빠져나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 여학생이 학교에 제출한 장학금 입금통장 내용을 조회하면서 수상한 돈의 흐름을 알게 된 것. 경찰은 학생들도 모르는 장학금이 입금된 뒤 금방 누군가의 계좌로 이체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대학 해당 학과 교수들이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을 중간에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를 벌인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A대학 모 학과 B 교수(48·여)와 C 조교(24·여)는 교과부에서 이 학교 학생 20여 명에게 지급한 장학금 일부를 중간에서 가로챘다는 것이다. B 교수 등은 지난해 2월경부터 1년여 동안 교과부로부터 이 대학 모 학과 학생 20명 명의로 장학금 1300만 원을 받아 이 중 800만 원을 학생들 몰래 빼돌렸다.

경찰 조사 결과 B 교수 등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지급될 통장을 만들게 하고 통장, 현금카드, 카드 비밀번호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리고 교과부가 학생 각자 통장으로 장학금 30만∼60만 원씩을 입금하면 이 중에서 절반 이상을 B 교수 명의의 통장으로 계좌 이체하는 수법을 썼다. 또 해당 학과 사무실에 도장 세트를 구비해 놓고 장학금 신청서를 위조해 장학금을 신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B 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빼돌린 장학금 전부를 신입생 모집을 위한 고3 진학 담당 교사들의 인사비용으로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 교수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경찰은 이날 학교예산 5000여만 원을 자신의 집 가사도우미 월급 등으로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광주 D대 E 총장(50) 부부를 불구속 입건했다. E 총장은 2007년 3월∼2010년 12월까지 44개월 동안 교비로 자신의 아파트 등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 월급 5430만 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E 총장 측이 월급을 지급한 44개월 중 실제 20여 개월만 가사도우미를 썼으며 나머지 기간은 일하지 않는 가사도우미 월급 지급 명목으로 교비를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교비는 학생 등록금이 주요 재원이다.

또 경찰은 학교 청소용역을 수의계약을 해주는 대가로 3000여만 원을 받아 챙기고 총장 가사도우미 월급이 교비에서 지급될 수 있도록 도운 혐의(배임수죄 등)로 F 씨(45) 등 D대 교직원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대학은 상아탑이라고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경영이 부실했다”며 “장학금 유용과 교비횡령 사건이 다른 대학에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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