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왕, 방에 이시민 시간이 안 가고 꽝도 쑤셩 못 살아(비가 와서 방에 있으면 시간이 안 가고 뼈도 쑤셔서 못 살아).”
21일 오후 제주 제주시 외곽지역인 회천동 동회천마을회관 옆 텃밭. 호미와 비슷한 제주 특유의 농사도구인 ‘골갱이’를 쥔 고창실 할머니의 손이 한시도 쉬지 않았다. 1907년생으로 올해 104세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다.
고 할머니는 부지런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오전 6시 잠에서 깨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이부자리를 개자마자 염불을 외며 염주를 돌린다. 평생을 해 온 일과 중 하나다. 밭에 나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오후 9시 반 어김없이 잠자리에 든다. 하루 세 끼는 꼬박꼬박 챙긴다. “송키가 어시민(채소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고 할 정도로 채소를 즐긴다. 된장국을 즐겨 먹고 배추, 무, 깻잎, 호박잎 등 제철 채소가 항상 식탁에 오른다. 고 할머니가 먹는 밥은 반 공기 정도로 양이 적은 편이다. 장수의 비결을 묻자 “나쁜 마음 먹지 않고,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고 할머니가 사는 제주시는 230개 전국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중 100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제주시에 사는 100세 이상 인구는 58명으로, 서귀포시 거주 100세 이상 인구를 합치면 제주도에 있는 100세 이상 노인은 80명이나 돼 제주도를 ‘장수 섬’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100세 이상 고령자조사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00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많이 사는 5대 시군구는 제주시(58명), 경기 고양시(38명), 전북 전주시(37명), 경기 용인시(29명), 경기 의정부시(23명)였다.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는 전북 장수군이 36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전북 임실군(29.6명), 전남 곡성군(29.3명), 전남 강진군(26.3명), 전남 함평군(25.8명)이 5위권에 들었다. 보통 ‘장수 지역’은 절대인구가 아닌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로 따진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360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270명), 전남(163명), 전북(143명), 경북(135명) 등이 뒤를 이었다.
100세 이상 고령자 전체 인구는 지난해 총 1836명으로 2005년(961명)에 비해 875명(91.1%)이나 늘었다. 성별로는 여자가 1580명, 남자가 256명으로 5년 전보다 각각 84.4%, 146.2% 급증했다.
장수의 비결은 식생활 습관에 있었다. 100세 이상 노인이 가장 많이 꼽은 장수의 비결(복수응답)은 절제된 식생활, 낙천적인 성격, 규칙적인 생활, 유전적인 요인, 원만한 가족생활 등의 순이었다. 소식(小食)으로 건강관리를 한다는 답변(복수 응답)이 가장 많은 가운데 규칙적인 생활, 운동과 산책, 보약과 영양제 복용, 담배와 술 절제, 목욕과 사우나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좋아하는 식품류는 채소류, 육류, 어패류 순이라고 답했고 싫어하는 음식은 밀가루로 만든 음식, 육류, 견과류 순으로 조사됐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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