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최근 170개 탄흔 발견… “안전엔 아무런 문제없어…”
시민에 ‘현장학습’ 공개하기로
21일 오후 한강대교 아치교 부분 아래 철판에 있는 61년 전 6·25전쟁 당시 총탄 흔적을 서울시 교량총괄팀 직원이 살피고 있다. 시관계자는 “다리 상판 밑 주황색 철판과 시멘트 교각 등 한강대교에서만 약 170개의 구멍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시는 총알 자국이
자료로 가치가 있다고 보고 현장 학습 및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해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김범석 기자bsism@donga.com
“차와 사람이 다니는 이곳(다리 위)이 ‘현재’를 나타낸다면, 다리 밑은 61년 전 ‘과거’를 나타내는 공간입니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 노들섬.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교량총괄팀 직원들이 한강대교 상판 밑부분으로 들어갔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다리 상판에서 2.5m 아래. 아치교가 시작되는 부분이자 ‘구교’의 밑부분이다. 발아래에는 탁한 강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노량진 방향으로 약 240m를 걷자 직원들이 “아, 여기 있다”고 소리쳤다. 교각 4번과 5번 사이 주황색 철판. 그곳에 커다란 구멍 수십 개가 연이어 있었다. 구멍 지름은 5∼6cm. 군데군데 시커먼 그을음, 구멍 주변의 녹아내린 철판….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 선명한 총탄 흔적
구멍의 정체는 다름 아닌 61년 전 6·25전쟁 당시 총탄 흔적이었다. 정진오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교량총괄팀장은 “당시 총알이 뚫고 나간 구멍들”이라며 “다리 상판 밑 주황색 철판과 시멘트 교각 등 한강대교에서만 약 170개의 구멍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한강대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강 다리이자 6·25를 겪은 유일한 다리다. 1917년 용산에서 노들섬까지 인도교가 만들어진 데 이어 1937년 노들섬에서 노량진을 잇는 아치교가 지어지면서 완전 개통됐다. 1950년 6월 28일 다리 일부가 폭파되면서 시련을 맞았다. 다리가 복구되기까지는 8년이 걸렸다. 또 1982년 ‘인도교-아치교’ 모양의 똑같은 다리 하나(신교)가 더 지어지면서 현재의 8차로 ‘쌍둥이 다리’가 완성됐다.
한강대교 밑 총탄 흔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팀장은 “시민들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알구멍 지름이 큰 만큼 일반 소총으로 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쏜 총알이라기보다 비행기 등 대규모 전투 폭격으로 만들어진 흔적에 가까웠다. 총탄 흔적이 61년 동안 유지돼 온 이유는 무엇일까. 정 팀장은 “구멍 모양이 제각각일뿐더러 구멍 주변이 녹아 단순히 땜질로 메울 수 없어 놔둔 것”이라며 “철판에 도색 작업을 계속 해서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현장 교육 아이템으로 활용
한강대교 외에 서울시내에서 총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여러 군데 있다. 일명 ‘김신조 루트’로 알려진 서울성곽 내 북악산 제2북악스카이웨이 제2코스가 대표적. 1968년 북한 124부대 무장공비가 침투해 우리 군경과 총격전을 벌인 곳으로 소나무 한 곳에 15발의 총알구멍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안건기 서울시 문화재과장은 “6·25 당시 다리가 폭파된 장소에서 발견된 전쟁 흔적이란 점에서 흥미 있는 자료”라며 “기념물 혹은 상징물로 가치를 가지는지 문화재 전문가및 조사위원 등과 함께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시는 최근 61년 동안 보존된 총알 자국이 자료로 가치가 있다고 보고 현장 학습 및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해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