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전경 눈 찔렀던 그 ‘죽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유성기업 시위때 또 등장… 유혈충돌 126명 부상

건설노조 800여명 시위지원… 경찰 “주동자 엄벌”

실명 등 신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죽봉’이 2년 만에 노조 시위에 다시 등장했다.

22일 오후 9시경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인 유성기업에서 노조원 1100여 명과 경찰 1500여 명이 충돌해 경찰 108명과 노조원 18명이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번 충돌은 공장으로 연결된 인근 지하차도 부근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노조원들이 집회 장소인 유성기업 쪽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경찰이 공장 정문 앞을 지키던 사측 용역직원과 노조원의 마찰을 우려해 노조원들의 이동을 저지하다가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이 이날 충돌은 서울에서 열린 건설노조 총파업 시위에 참가하고 내려온 충청지역 건설 및 금속노조원 800여 명이 시위 지원에 나서 더욱 격화됐다.

노조원들은 죽봉과 각목,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채 격렬히 저항했으며 경찰은 이에 방패와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로 맞섰다. 경찰은 “현장에서 노조원들이 사용한 죽봉 35개와 각목 22개, 쇠파이프 13개, 소화기 11개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쇠파이프는 우리가 준비한 것이 아니라 이날 오전 사측 용역직원들이 우리에게 휘두르고 던진 것을 주워든 것”이라며 “이번 충돌로 20명 이상의 노조원이 다쳐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죽봉’ 시위는 2009년 7월 경기 평택역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경찰은 이날 폭력시위를 벌인 주동자들을 가려내 엄벌에 처할 방침이다. 김기용 충남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외부세력과 합세한 유성기업 노조원들이 불법으로 공장에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죽봉과 쇠파이프를 휘둘러 경찰에 큰 피해를 주었다”며 “죽봉 사용자와 폭력 행위자, 폭력시위를 배후에서 조종한 세력을 반드시 밝혀내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죽봉시위는 2003년 이후 이번 시위까지 8차례 등장했다. 특히 2009년 5월 16일 대전 대덕구 중리동 대전중앙병원 인근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시위에서는 당시 시위를 막던 전경 강모 씨가 죽봉에 눈을 찔려 각막 봉합수술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시위에서는 경찰관 119명 등 모두 154명이 다쳤으며 경찰버스를 비롯한 차량 99대의 유리창이 깨지고 타이어가 파손됐다.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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