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흥공장 유해화학물질, 발병에 영향 추정”
사망 前직원 2명 유족 승소… 다른 3명은 인정안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숨진 노동자들에 대해 법원이 산업재해임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반도체 사업장 근무와 백혈병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23일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다가 숨진 황유미, 이숙영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사망한 황민웅 씨 유족과 현재 투병 중인 김은경, 송창호 씨가 낸 소송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황 씨와 이 씨가 일한 기흥공장 설비가 노후해 유해화학물질에 더욱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발병 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이런 요소들이 백혈병을 발병시켰거나 적어도 발병을 촉진시킨 걸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황 씨가 근무한 공정에서는 99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된 데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안전보호구 없이 작업복과 토시, 면 마스크만 착용하고 근무한 적이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나머지 피해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절단·도금 공정, 엔지니어 등 다른 업무를 맡아 직접적인 발병 원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황 씨는 삼성전자 온양·기흥 공장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일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해 2007년 3월 숨졌다. 이 씨는 2006년 8월 숨졌다.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근로복지공단이 주장해 온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으로 향후 관련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온양공장과 삼성LCD 기흥·천안공장 등에서 근무하다 뇌종양 등을 앓고 있는 근로자들도 행정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공인된 국가기관의 두 차례 역학조사 결과와 다른 판결”이라며 “확정 판결이 아닌 만큼 앞으로 계속될 재판에서 반도체 근무환경에 대한 객관적 진실이 규명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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