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 씨(20)는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외국어 6등급, 언어 4등급을 받았다. 갈 대학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재수를 시작했다. 학원에 다니면서 성적이 오르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문제만 푸는 학생은 성적이 안 오르고 기본 실력을 쌓아야 성적이 오른다는 걸 발견한 것. 그는 “주말에 잠깐 쉬는 걸 제외하면 6.5일을 공부했다. 단어 같은 기본기 공부를 최우선으로 했다”고 말했다.
다음 해 수능에서 그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 가장 어려웠던 외국어영역이 백분위 99점, 1등급이 나왔다. 영어에 자신감이 붙어 대학에서 전공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올해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신입생이 됐다. ○ 백분위 70∼89점이 성적 향상 가능성 높아
수능 응시자 중 재수생 등 졸업생은 24% 정도. 이 씨처럼 성적이 오르는 재수생은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는 교육업체 진학사와 함께 2010, 2011학년도 수능에 모두 응시한 수험생 중 3만1585명의 점수를 분석했다. 이 중 2010학년보다 성적순위가 20% 이상 오른 학생은 1만4850명(47%)이었다. 성적에 큰 변화가 없는 재수생은 38.4%, 오히려 20% 이상 떨어진 경우는 14.6%였다. 재수를 하면서 성적이 크게 오른 재수생의 비율은 재수를 하기 전의 점수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성적이 가장 많이 오른 사례는 재수를 하기 전의 백분위 점수가 70∼89점이었다. 예를 들어 70∼79점대 학생의 51.2%, 80∼89점대 학생의 54.2%는 재수 이후 성적이 크게 올랐다. 이에 비해 최상위권(90∼100점) 학생 중 재수를 하면서 성적이 오른 비율은 47.8%로 낮아졌다.
백분위 70점 이하 역시 점수가 내려갈수록 성적이 향상된 비율도 떨어졌다. 50점 미만인 학생은 재수를 해도 절반 이상이 제자리걸음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진학사 김준석 콘텐츠사업본부장은 “백분위 70∼89점대 학생에게 재수 효과가 가장 높다는 점은 재수를 결정하는 합리적 기준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재수의 성패는 수리영역이 좌우한다
재수생 전체의 언어 수리 외국어 평균 백분위 점수는 2010학년도 68.2점, 2011학년도 72.7점이었다. 영역별 상승폭은 수리가 5.3점으로 가장 컸다. 언어는 4점, 외국어는 4.3점이었다.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은 특히 수리점수의 상승폭이 더 컸다. 수리는 13.5점, 언어는 12.5점, 외국어는 9.9점이 올랐다. 김준석 본부장은 “수리 성적을 올릴 수 있느냐가 재수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재수 성공의 조건도 수리 성적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민주 씨(20·여)도 수리 점수를 높여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고3 때 80점대였지만 재수를 하면서 99점으로 올렸다. 이 씨는 “수리는 문제가 정형화돼 반복해 풀다 보면 패턴을 파악할 수 있어 성적 변화가 쉽다”고 말했다.
특히 주로 문과생이 선택하는 수리‘나’보다는 수리‘가’를 택한 학생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재수 때 수리‘가’를 택한 학생들은 평균 17.6점 올랐지만 수리‘나’를 택한 경우 9.5점 오르는 데 그쳤다.
조원형 씨(20·한국외국어대 터키어과)도 재수를 하면서 수리‘나’ 원점수를 33점 올린 사례. 그는 “수리를 공부하다 보면 문제 유형이 보인다. 수능과 모의평가 등 기출문제를 여러 번 풀면서 개념 복습을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재수를 하면서 수리 선택형을 바꿀 경우에는 또 다른 특징이 나타났다. ‘가’에서 ‘나’로 바꾼 학생 중 성적이 크게 향상된 학생 비율은 69.3%나 됐다. 반면 ‘나’에서 ‘가’로 바꾼 학생 중 성적이 크게 오른 비율은 14.9%에 불과했다. 이과 학생이 문과로 바꿔 재수를 하면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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