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의 한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진(가명·29·여) 씨는 5년 전 한국에 유학 온 중국 동포다. 어렵게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에 들어갔지만 부족한 영어실력 때문에 늘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에서도 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감히 사설 영어학원을 다니지 못했다. 그런 김 씨에게 학교 강의 때 만난 한국다문화교육·상담센터 서종남 센터장(59·여)이 ‘통합다문화토요학교(토요학교)’ 입학을 권유했다. 4개월 가까이 토요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받은 김 씨는 “인생이 변했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 다문화가정부터 새터민까지
6년 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이금란(가명·18·여) 씨도 토요학교에서 새로운 삶을 찾았다. 이 씨의 정규교육 경험은 북한에서 다닌 초등학교가 전부다. 한국에 와서도 경제적인 문제에 불화까지 겹치면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쉼터에서 만난 서 센터장을 통해 토요학교를 찾았다. 이 씨는 토요학교에서 못다 한 공부를 하며 대학 진학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토요학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만의 꿈을 실현해가는 곳이다. 토요학교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대 대우교수인 서 센터장은 특강을 통해 만난 결혼이주여성 8명과 함께 ‘찾아가는 다문화 봉사대’를 만들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이듬해 2월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에 한국다문화교육·상담센터를 설립했다.
2009년 3월 통합다문화교실을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센터에서 다문화가정을 초청해 한국 문화를 체험시키고 한글을 가르쳤다. 처음 60여 명이었던 수강생은 같은 해 말 200명으로 늘었다. 처음에는 다문화가정만 참여했지만 서 센터장의 소개로 새터민 10여 명이 참가했다. 또 다문화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학생 및 일반 가정 등 국내 회원도 200여 명에 이른다. 참가자가 늘자 2010년 12월 통합다문화교실은 통합다문화토요학교로 이름을 바꿔 새롭게 문을 열었다.
토요학교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올해 1학기에는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콩고민주공 일본 엘살바도르 코트디부아르 등 12개국 문화 체험 수업이 펼쳐졌다. 또 다문화 놀이학습, 동화 구연, 천연비누 만들기 등 실생활에 유용한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다문화가정과 새터민, 이주근로자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 특강도 열렸다. 서 센터장은 “다문화가정뿐 아니라 결혼이민자, 이주근로자, 새터민 그리고 내국인까지 모두 어우러지는 진정한 통합교육을 하는 곳이 바로 토요학교”라고 말했다. ○ 25일 첫 종강식 열려
토요학교는 매주 토요일 약 4시간 동안 열린다. 2시간 동안 각국 문화를 체험하고 나머지는 ‘부모 나라글 배우기’ 과정을 통해 한국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6개의 말과 글을 배운다. 이 과정을 거친 중국 출신 초등학생 한 명은 최근 전국 이중언어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토요학교 운영비는 매학기 1000만 원가량 필요하다. 이번 학기에는 경기대 교육대학원과 수원시자원봉사센터 등이 지원에 참여했다. 부족한 운영비는 서 센터장이 한 달에 7, 8회가량 특강을 하며 버는 돈으로 메운다. 서 센터장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다행히 여러 기관에서 지원해주고 있고 외부 강의도 많이 다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토요학교는 25일 이번 학기 종강식을 연다. 종강식에는 아르한 아타이 전 터키 이스탄불문화원장이 참석해 터키 문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또 수강생들의 다양한 공연 및 발표가 펼쳐진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