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나는 백두산호랑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4일 03시 00분


러시아 기증 암수 한쌍 한달만에 공개
“합사땐 싸울우려… 당분간 따로 생활”

서울동물원이 러시아로부터 기증 받은 시베리아호랑이 2마리가 23일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수컷인 ‘로스토프’가 호랑이 우리 안에서 걸어가고 있다. 과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동물원이 러시아로부터 기증 받은 시베리아호랑이 2마리가 23일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수컷인 ‘로스토프’가 호랑이 우리 안에서 걸어가고 있다. 과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흥∼!”

사납게 포효하는 호랑이. 하지만 아직은 ‘의욕’이 앞설 뿐 무섭게 들리지는 않는다. 23일 오후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 호랑이 우리에서 시베리아호랑이(일명 백두산 호랑이) 암수 한 쌍이 지난달 21일 한국에 온 이후 한 달 만에 처음으로 관람객을 맞았다. 시베리아호랑이는 국내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호랑이는 ‘푸틴 호랑이’로 불린다.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한-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한다며 기증했다. 두 호랑이는 지난해 7월 태어났다. 암컷은 러시아 ‘펜자 동물원’에서, 수컷은 ‘로스토프나도누 동물원’에서 각각 태어나 따로 생활해 왔다. 이름은 출신 동물원에서 따 암컷은 ‘펜자’, 수컷은 ‘로스토프’로 정했다.

성숙한 시베리아호랑이의 경우 수컷은 200kg, 암컷은 140∼170kg 수준이다. 그에 비해 펜자와 로스토프는 60kg밖에 되지 않는 ‘갓난아기’ 수준이다. 모의원 서울동물원장은 “지난달 도착해 한 달 동안 동물원 적응 기간을 거쳤다”며 “펜자의 경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3, 4일 동안 닭과 쇠고기 등 먹이를 먹지 않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안정화 단계에 들어 음식도 잘 먹고 건강 상태도 좋은 편이다. 서울동물원은 그동안 각기 다른 곳에서 지내온 만큼 무리하게 합사를 할 경우 서로 싸울 우려가 있다고 보고 당분간 철창을 사이에 두고 따로 생활하게 할 방침이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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