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만큼 고민되는 것이 ‘바다로 갈까 산으로 갈까’다. 탁 트인 공간, 거침없이 밀려오는 파도 등 바다는 웅장하고 시원한 공간이다. 반면 새 지저귀는 소리, 울창한 나무로 대표되는 산은 ‘신비로운 곳’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상당수는 “무언가 배우기 위해 간다”는 말을 한다.
나무가 드리워진 숲 속. 굳이 멀리 있는 산에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최근 서울 및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있는 동네 뒷산 울창한 숲 속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 프로그램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아토피 질환을 고치는 프로그램부터 정신 치유, 아이들 감수성 개발 교육 프로그램 등 저마다 숲에서 ‘답’을 찾는다. ○ 숲에서 배우다…‘스쿨 숲’
시끌벅적한 동네에서 벗어난 숲 속. 한적하고 상쾌한 공간 특성 탓에 무언가 집중하며 배우는 ‘대안 교실’로 각광 받고 있다. 서울 광진구가 최근 마련한 ‘숲과 함께 놀자’는 이러한 공간 특징을 살려 만든 생태 학습 프로그램이다. 구 관계자는 “도시에서 사는 어린이들이 숲 속에서 나무와 곤충을 직접 만지고 느끼며 창의력을 기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숲 속 체험 활동뿐 아니라 동화 듣기, 노래 부르기, 게임 등 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배우는 것들을 아차산에 옮겨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천수목원에서 운영 중인 ‘숲 유치원’ 프로그램도 비슷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시 관계자는 “아이들이 숲을 통해 감성과 창의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체험활동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다음 달부터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열린다. 송파구는 방이동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 있는 ‘방이 생태학습관’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공작교실을 다음 달 25일부터 매주 토요일 운영할 계획이다. 나무나 열매, 강아지풀 등 자연물로 목걸이, 팔찌 등을 만드는 것이 주 내용이다.
○ 정신 치유·아토피 치료…‘닥터 숲’
‘숲=건강’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서울 도봉구는 지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매달 첫째 주 월요일 오전 ‘숲 속 치유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귀로는 개구리와 맹꽁이 울음소리를 듣고 코로 탁 트인 숲 속 공기를 마시며 눈으로 녹음을 보는 이른바 ‘오감 치유’를 기본으로 한다.
2009년 산림청이 경기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 산음자연휴양림 내 조성한 ‘치유의 숲’은 일반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좋은 공간이다. 치유의 숲길, 맨발체험로, 물치유 시설 등이 있으며 관련 전문가가 스트레스 예방법을 알려준다.
아토피 피부 질환을 치료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경기농림진흥재단은 지난달 말부터 가평군 가평읍 연인산도립공원에서 ‘2011 아토피 가족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연인산에는 항균 및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피톤치드’를 많이 분비하는 잣나무 군락지가 곳곳에 있다. 농림진흥재단은 가평 청심국제병원과 함께 이곳에서 숲 체험과 아토피 치료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아토피 가족캠프는 1박 2일 일정으로 회당 40명이 참가할 수 있다. 참가비는 1인당 3만 원. ○ 노래·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진지한 숲 프로그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는 매주 금요일에 봉원동 소재 안산에서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연다. 구 관계자는 “단순히 나무가 우거진 공간이 아니라 숲 속을 음악이 흐르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는 숲 해설가의 해설을 들으며 일자산, 명일근린공원 등을 돌아보는 ‘강동 그린웨이 걷기’ 프로그램을 매월 둘째, 넷째 주말에 열고 있다. 관악산 역시 숲 속이 이야기가 있는 ‘스토리텔링 공간’으로 거듭났다. 최근 이곳에는 매달 넷째 주 토요일에 숲 해설가가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는 ‘책 읽어주는 숲 해설가’ 프로그램이 관악구 주최로 진행되고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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