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를 찾은 미국 여성 학군장교(ROTC) 후보생들이 국내 첫 여성 ROTC 후보생인 정지윤 씨(가운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나라와 문화가 다른 만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다 같은 군인입니다.”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종암동 고려대 안암캠퍼스에 군복을 입은 미국 여성 7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해외 군사문화 탐방을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학군사관(ROTC) 후보생들. 육군 학생중앙군사학교는 한국 ROTC 창설 50주년을 맞아 한미 여성 ROTC 후보생들의 만남 등 한미 ROTC 후보생들 간의 군사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국내에는 올해 처음 여성 ROTC 제도가 도입됐지만 미국은 1973년부터 여성 후보생을 발탁해 군 인재로 육성해 오고 있다. 이날 고려대를 방문한 미국 여성 ROTC 후보생들은 막 후보생 생활을 시작한 고려대 여학생들에게 군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ROTC 후보생이지만 한미 양국의 여대생들에게는 입문 배경 등 차이점이 많았다. 한국 후보생들은 주로 부모 및 주변 환경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버지가 해군 출신인 정지윤 씨(21·체육교육과 3)는 “제복을 입고 경례하던 아버지를 평생 동경해왔다”며 “대학 입시에서 사관학교에 떨어져 좌절했는데 다행히 여성 ROTC 제도가 생겨 새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ROTC 51기 중대장으로 선발된 차유리 씨(22·역사교육과 3)도 아버지가 군인 출신이다. 반면 미국 후보생들은 다소 현실적인 이유로 ROTC에 입문했다. 애틀랜타 에머리대에 재학 중인 한국계 미국인 이준 씨(21·역사학과 3)는 “원래 군인이 되고 싶기도 했지만 연간 5만2000달러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ROTC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로디스 매니낭 씨(20·포틀랜드대 간호학과 3)는 “미국 ROTC 후보생들은 국가로부터 장학금부터 책값까지 모두 지원받는다”며 “물론 성적이 좋아야겠지만 졸업 후 군대라는 직장을 보장받는 것도 이점”이라고 했다. 졸업 후 한국은 전원이 27개월 의무 복무를 해야 하는 것과 달리 미국은 일부만 현역에 남아 최소 4년간 복무하게 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양쪽 모두 임관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다. 고려대 후보생들은 학기 중에는 화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체력훈련을 한 뒤 오전 10시까지 군사이론을 배운다. 미국 후보생들은 일주일에 세 번씩 아침 운동을 하고 금요일에는 7시간 동안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받는다. 두 나라 모두 남녀 후보생이 동일한 훈련을 받는다.
“체력적으로 남자 후보생들에게 뒤처지는 부분이 걱정”이라는 한국 후보생들의 고민에 대해 미국 후보생들은 나름대로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헤일리 피셔 씨(20·오리건주립대 역사학 3)는 “남자들보다 달리기가 느릴 수도 있고 체력 훈련이 버거울 수 있다”며 “하지만 2년 넘게 후보생 생활을 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결국 자신이 매일 최선을 다하느냐였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여성 학군장교(ROTC) 후보생 11명이 2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ROTC 사무실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여자 군인’에 대한 시선이 부담스러운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
정 씨는 “격려해 주는 사람도 많지만 ‘여자가 웬 군복이냐’는 훈계조의 발언부터 ‘취업을 위한 경력 쌓기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며 “아무래도 국내 첫 여성 후보생이다 보니 주변의 관심이 너무 많아 불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후보생들도 “2년 넘게 ROTC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캠퍼스에선 낯선 시선을 받는다”며 “특히 훈련복을 입고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은 고역”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 여성 후보생을 포함해 함께 방한한 24명의 미국 후보생들은 한국 후보생들의 집에서 1박 2일간 홈스테이를 한 뒤 경기 성남시 육군 학생중앙군사학교를 방문해 병영체험을 하고 다음 달 1일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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