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종로일대 교통 극심한 혼잡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서울역광장 등에서 열린 6·29 범국민대회 참석자들이 대회 시작 직후 기습적으로 세종로 사거리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 6000여 명은 세종로 사거리와 종각역 일대 도로를 점거한 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중단 등을 요구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의 심장부 세종로가 2년 만에 다시 시위대에 점거당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노점상총연합회(전노련) 등 시위 참가자 6000명(경찰 추산·주최측 추산 2만 명)이 29일 오후 도심 곳곳에서 집회를 벌이다 기습적으로 세종로 사거리에 집결해 2시간 가량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서울 세종로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한 것은 2009년 6월 10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집회 및 6월 항쟁 계승·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대회 이후 2년 만이다. 경찰은 시위대가 도심 행진을 강행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안이하게 대처해 결과적으로 불법 시위를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기습 시위는 서울 도심에서 각각 집회를 개최한 단체들이 세종로 사거리 일대로 집결하면서 발생했다.
전농 소속 농민과 대학생 200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무관세 수입 중단과 구제역 도살처분 보상금 지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중단 등을 요구했다. ▼ ‘서울광장 집회’ 약속 깨고 기습 진입… 12개 차로 2시간동안 무법지대로 ▼
같은 시간 전노련을 비롯한 빈민 단체 소속 1000여 명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빈민생존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노점 탄압
중단과 강제 퇴거·살인 개발 중단,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전면 개정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3000여 명은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최저임금 쟁취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당초 각자 집회를 마치고 오후 3시경 서울광장에 집결해 한 시간 반 동안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범국민대회를 열고 이후 남대문과
을지로, 청계천을 따라 도로행진을 할 계획이었다. 경찰은 전농과 전노련에 서울광장까지의 거리행진은 허락했지만 범국민대회 이후의
행진은 불허했다.
하지만 허가받은 것과는 달리 서울역을 출발한 학생과 농민들은 서울광장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세종로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치고 기다리던 민주노총 노동자 3000명도 대열에 합류했고, 보신각에서 출발한
전노련도 곧장 세종로로 이동했다.
허를 찔린 경찰은 세종로 양방향 12개 차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막기 위해 100개
중대 9000여 명의 경력과 방패차를 긴급 출동시켜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 차벽을 세우고 살수차 10여 대를 배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위대가 진로를 바꿔 바로 세종로로 진입할 가능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집회를 배려해 서울광장 집회도
허가했는데 결국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후 오후 6시 반까지 시위대는 경찰 진압을 피해 세종로와
종로, 을지로 일대를 몰려다니며 게릴라 시위를 계속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세종로와 종로, 시청 앞 등 이
일대 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한편 한대련 등 시위대 1500명은 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청계광장에 모여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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