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赤 ‘헌혈 사고死’ 문책 인사에 전국 16개 혈액원 집단 사표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적십자 혈액공급 차질 우려… “소명 기회 없이 징계” 반발
센터장 등 3명 사표 제출…의무직 상당수 동참 의사

대한적십자사(한적)가 최근 20대 남성이 헌혈 후 숨진 사고에 대해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자 의무직(의사) 직원들이 반발하는 등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한적은 7월 정기인사에 맞춰 지난달 9일 충북대 헌혈센터에서 대학생 문모 씨(26)가 헌혈 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진 사고에 대해 책임자를 징계하는 인사를 29일 단행했다. 이에 따라 박규은 혈액관리본부장은 남부혈액검사센터 원장으로, 민혁기 혈액안전국장과 이종근 충북혈액원장은 교육원 교수로 발령이 났다. 박 본부장과 민 국장은 의무직이다.

한적 내 의무직들은 “불행한 일이긴 했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고였다”며 “반론 기회도 주지 않은 일방적 인사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전국 16개 혈액원의 의무관리실장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의무직으로 혈액의 반출을 최종 감독하는 책임자다. 이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낼 경우 혈액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의무관리실장 16명은 29일 유종하 한적 총재 사무실을 찾아 면담을 요청했지만 유 총재가 면담을 거절했다.

현재까지 사표를 제출한 의무직 직원은 오독자 중앙혈액검사센터장과 박윤미 센터 검사관리부장, 이재호 남부혈액검사센터장 등 3명이다. 의무관리실장들을 비롯한 나머지 의무직 직원들도 격앙된 분위기다.

오 센터장은 “김용현 사무총장 부임 후 1년 6개월 동안 전문성 없는 인사가 이뤄지면서 축적된 불만이 이번 문책성 인사에서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혈액원장에 혈액 관리에 무지한 비전문가가 임명되는 등 혈액 사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사가 도를 넘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담당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일반직 2명(충북혈액원장과 혈액기획국장)도 인사 조치된 만큼 의무직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물은 것은 아니다”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 대한적십자사 본부지부는 유 총재와 김 사무총장의 퇴진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노조는 “헌혈자 사망 사고의 책임을 묻는다면서 왜 총재와 사무총장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느냐”며 “조합원 서명 등 퇴진을 위한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인사가 단행되기 전에도 한적 지도부에 대해 “병원사업 발전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며 퇴진을 요구해왔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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