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논길을 따라 쉬엄쉬엄 걷다 보면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죠. 다른 회사 근로자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걷는 기쁨 또한 ‘행복한 걷기 여행’의 매력인 것 같아요.”
경기 부천시 오정구 삼정동 테크노파크단지 내 용접부품 회사인 신우정밀공업에 근무하는 홍현주 씨(50·여)가 지난달 25일 다른 사업장의 근로자들과 경기 고양시 ‘아마존길’을 다녀 온 뒤의 소감이다. 홍 씨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알려진 일산에 이렇게 멋진 숲과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좋았다”며 “걸으면서 인근 지역의 역사와 지리를 알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고 말했다.
부천시노동복지회관 부설 테크노파크 교육문화센터가 주관하는 행복한 걷기 여행이 부천지역 근로자들에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행복한 걷기 여행은 근로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열리고 있다. 교육문화센터가 위치한 테크노파크는 923개의 영세한 업체가 입주한 아파트형 공장. 대부분 20인 이하의 근로자들이 모인 업체로 80%가 제조업체. 일부 업체 근로자의 경우 낮은 임금에 따른 불안한 신분과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꾸고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교육문화센터가 지난해 만든 프로그램이 행복한 걷기 여행이다.
이 프로그램은 열악한 근로 현장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근로자에게 자연과 함께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부천시 원미동에 있는 진달래 동산을 가는 것으로 시작됐다. 참가비 5000원만 내면 점심 식사에 여행자 보험까지 들어준다.
현재 교육문화센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경비를 모두 마련하지 못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월 남한산성길을 다녀오는 행복한 걷기 여행에서는 참가자는 많은데 대형 버스를 구하기 어렵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테크노파크에 있는 한 세무법인 대표가 흔쾌히 버스를 후원해 많은 근로자가 걷기 여행에 참여할 수 있었다.
토요일에도 일하는 사업장 근로자의 경우 금요일이나 일요일에 자진 특근으로 근로시간을 채워가며 참가할 정도로 인기다. 신청자가 몰려 40명을 모집하는 데 5분 만에 접수가 마감되기도 한다.
전자부품 회사인 바이텍에 근무하는 이은영 씨(44)는 “원래 등산을 좋아하는데 행복한 걷기 여행에 참가하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더 많이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며 “사진촬영이 취미인데 근로자들의 걷는 모습들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사진을 나누는 즐거움도 크다”고 말했다.
행복한 걷기 여행은 예산과 여름휴가 시즌을 고려해 7, 8월 두 달간 휴식한 뒤 9월 24일 ‘쇠둘레길 평화누리길’, 10월 22일 ‘구리 동구릉’, 11월 26일 ‘김포 둘레길’을 찾아간다. 테크노파크 교육문화센터 행복한 걷기 여행 담당 조윤희 씨는 “행복한 걷기 여행은 생산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해 근로의욕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032-327-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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