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오후 10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김모 씨(26·여)의 집 방 안에서 남자친구 김모 씨(40)는 번개탄에 불을 붙였다. 두 남녀는 동반자살을 약속하고 한자리에 누웠다. 술에 만취한 여자는 먼저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 위로 번개탄 가스가 차올랐다.
두 사람은 2009년 한 직장의 상사와 직원으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김 씨 가족이 남자의 이혼 전력 등을 이유로 결혼을 극구 반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사람은 최근 회사 공금 2200여만 원을 함께 횡령한 사실까지 발각돼 벼랑 끝으로 몰린 상태였다.
하지만 25일 아침 시신으로 발견된 것은 여자뿐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동반자살을 시도했지만 여자친구만 죽었다’고 알렸다. 가족은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여자와 달리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의 추궁에 결국 남자는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죽을 마음이 없었는데도 여자친구에게 “같이 죽자”고 설득해 동반자살을 시도했지만 자신은 번개탄에 불을 붙인 뒤 5분도 안 돼 빠져나와 혼자 살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결혼문제로 다툼이 잦아지고 내가 쓴 횡령액을 메워 놓으라고 여자친구가 자꾸 따져 살인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6월 29일 남자 김 씨를 위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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