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파문으로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1일 알려지면서 자칫 검란(檢亂)으로 이어질 뻔했던 검찰 내부 반발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술렁이는 검찰 내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총장이 모든 걸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는 지적이 공공연히 나왔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검의 한 검사는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총장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이 반발하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된 것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검찰 내부게시판인 ‘이프로스’에도 더 이상 수사권에 대한 검사들의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검사회의 개최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 광주지검의 한 검사는 “국민이 검찰을 버린 셈이다. 우리 스스로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김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김 총장의 사의를 만류한) 어제 오전 상황으로 검찰 문제는 정리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설사 사표를 내더라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김 총장이 임기(8월 19일)까지 자리를 지키도록 설득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김 총장은 거취를 놓고 상당한 고심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2일부터 11일까지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떠남에 따라 김 총장이 4일 사표를 제출한 뒤 출근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표는 법무부 장관의 손에 들려 있는 어정쩡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 사안을 막후 조율해 온 청와대 민정라인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권재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김 총장과 수시로 통화를 하며 사의를 거두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김 총장이 사표를 제출할 경우 이 대통령이 귀국하는 대로 후임자를 내정 발표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둔 후임자 인사 검증은 오래전에 끝났다”며 “이 대통령의 선택만 남았다”고 말했다.
한편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찰 측 실무 총책임자를 맡았다가 최근 사표를 제출한 홍만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은 이날 누적된 과로로 건강이 나빠져 수술을 받았다. 홍 검사장은 눈 안쪽 혈관이 파열돼 내출혈이 생겼다. 얼굴 신경혈관계에도 마비 증세가 나타나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날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현행 경찰 수사관행의 제도적 개선 없이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해 심각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에는 대구지검 검사들이 경북 경산경찰서에 유치장 감찰을 나갔지만 경찰의 거부로 내사종결기록과 즉결심판기록을 감찰하지 못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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