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인 남녀 사이에서 인공 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에 대해 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고 세계일보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01년 명문대 재학 중이던 A 씨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회사원 B(여) 씨를 만났다.
둘은 2003년부터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이후 B 씨가 임신중절수술까지 겪었지만 동거관계는 이어졌으며, 2007년에는 A 씨가 B 씨 가족에게 결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A 씨가 이듬해 여름 여대생 C 씨를 만나면서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고 두 여성을 만나던 A 씨는 2008년 12월 B 씨에게 "집안 반대로 결혼을 할 수 없다"며 동거를 끝냈다.
이에 다른 여자가 있는 줄 몰랐던 B 씨는 "몸 상태도 안 좋아지고 있는데,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도 설득하기 좋지 않겠느냐"며 아이를 갖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관계를 정리하려던 A 씨는 B 씨를 만나 '정자를 제공하는 대신 일체 접촉을 끊는다', '임신·양육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했고, 거부하던 B 씨는 일단 인공수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못해 이를 따랐다.
2009년 3월 B 씨는 인공수정을 통해 네 쌍둥이를 임신한 뒤 선택 유산을 거쳐 두 아들을 낳았지만, A 씨는 이후 각서대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B 씨는 더구나 그간 A 씨의 '여동생'이라며 자신을 찾아와 이별을 요구한 C 씨가 실은 여자친구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이에 따라 B 씨는 두 아이가 A 씨의 친자임을 확인하고 양육비와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며 지난해 법원에 인지청구 등 소송을 냈다.
A 씨는 "비 배우자 간 인공수정에 따른 출산은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며, B 씨가 각서를 쓴 만큼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박종택)는 "사실혼 관계였고 정자제공자도 특정되는 점에 비춰 불특정 다수를 위해 정자를 정자은행에 기증한 사람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며 아이들이 A 씨의 친자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임신 전 작성된 각서로 양육에 관한 사항이 협의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성년 전까지 1인당 매달 50만원의 양육비를 내고, 사실혼 관계의 주된 파탄 책임이 A 씨에게 있으므로 3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세계일보 인터넷판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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