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학준)는 주가조작으로 12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서울의 한 사립대 이모 교수(44)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씨가 주가조작으로 챙긴 금액을 모두 추징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2009년 9월∼지난해 10월 자신과 아내, 친구 등 8명 명의로 된 증권계좌 45개를 이용해 상장 주식 11개의 주가를 조작한 뒤 매매해 12억2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자신의 돈뿐 아니라 지인들로부터 건네받은 돈까지 이용해 범행을 저지르고, 증권사로부터 경고까지 받았음에도 주가조작을 감행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컴퓨터 3대에 주식거래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강의가 없는 시간을 활용해 주가 조작을 했다. 이 교수는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전날 직전가로 수십만 주의 주식을 사들인 뒤 곧바로 5∼70원 비싼 가격에 매수 주문을 하는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또 주식시장이 끝날 무렵에는 직전보다 5원 비싼 가격에 사들여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고가를 유지한 상태로 장이 마감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아침 개장과 동시에 전날 사들였던 주식 전부를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겠다고 주문한 뒤 그 가격으로 주식을 약간 사들여 투자자들이 해당 주식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높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수법으로 시세를 조종해 해당 주식의 가격을 이틀 만에 21.2% 끌어올리고 20여 일 만에 2억여 원을 벌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아내와 두 아들은 물론이고 대학원 제자의 딸 명의까지 빌려 차명 증권계좌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수는 이렇게 번 부당이득 중 상당액을 모교와 재직 중인 대학에 장학금과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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