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다이어트 카페 회원들의 누드 사진이 사진전에 도용된 사실이 알려진 1일 오전, 조각가 김보라 씨(30·여)는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때문에 잠을 설쳤다. 김 씨는 누드 사진을 도용해 사진전을 연 문제의 김보라 작가(28·여)와는 동명이인으로,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다. ▶본보 1일자 A12면 참조 A12면 500명의 누드… 82만명의 분노
이날 새벽부터 김 씨에게 도착한 문자메시지는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새 글이 등록됐음을 알리는 내용. 김 씨는 평소 미니홈피에 새 방명록이나 댓글이 달릴 때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림이 오도록 설정했다. 김 씨는 “평소 미니홈피 방문객 수가 많아야 서너 명뿐이었다”며 “하지만 이날 오전 문자메시지를 보고 미니홈피에 가보니 이미 150명이 넘는 누리꾼이 들어와 비방 댓글을 달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사 속 작가를 김 씨로 오인한 누리꾼이 일명 ‘신상털기’를 잘못한 것이다.
김 씨의 신상이 털리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27일 오후 해당 다이어트 카페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김 씨는 “친구들이 내 미니홈피에 누리꾼들이 욕을 써놨다고 알려줘 들어갔더니 이미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고 방명록에는 나를 비난하는 익명의 글들로 도배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급히 미니홈피 메인 화면과 해당 다이어트 카페에 ‘저는 김보라입니다. 그렇지만 6월 18일부터 전시회를 연 김보라가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흥분한 누리꾼들은 “맞으면서 왜 아니라고 잡아떼느냐” “(거짓말을 하다니) 생각보다 더 개념 없다”면서 더 심한 욕을 해댔다.
김 씨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 문제의 김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까지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동명이인인 문제의 김 작가 휴대전화번호까지 또 다른 누리꾼들에 의해 ‘신상털기’를 당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본보 보도 이후 누리꾼들과의 전쟁이 계속되자 결국 김 씨의 남편 이모씨(31)가 1일 오후 기자에게 직접 e메일을 보냈다. 이 씨는 “문제의 작가와는 나이도 다르고 전공 분야도 전혀 다른데도 잘못된 신상털기 때문에 아내가 (사이버)테러를 당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24일에 열리는 아내의 조각전이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며“1000명의 누리꾼 중 내게 사과를 하거나 자진해서 글을 지운 사람은 4명 뿐이었다”고 했다.
잘못된 신상털기로 인한 피해자는 김 씨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초 K대 의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오인된 이 학교의 한 의대생은 누리꾼 8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막말을 한 20대 남성이 한양대 4학년 변모 씨로 잘못 알려지면서 해당 학교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경찰은 “최근 신상털기가 대중화되면서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타인의 신상을 온라인에 직접 거론하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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