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신상털기’… 또 엉뚱한 사람 사생활이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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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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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 ‘누드사진전’ 동명이인 조각가 무차별 공격

다이어트 카페 회원들의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오인받은 조각가 김보라 씨 미니홈피. 김 씨는 누리꾼의 욕설과 비방글을 일일이 직접 삭제했다. 인터넷 화면 캡처
다이어트 카페 회원들의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오인받은 조각가 김보라 씨 미니홈피. 김 씨는 누리꾼의 욕설과 비방글을 일일이 직접 삭제했다. 인터넷 화면 캡처
누리꾼의 이른바 잘못된 ‘신상털기’로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 유명 다이어트 카페 회원들의 누드 사진이 사진전에 도용된 사실이 알려진 1일 오전, 조각가 김보라 씨(30·여)는 쉴 새 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때문에 잠을 설쳤다. 김 씨는 누드 사진을 도용해 사진전을 연 문제의 김보라 작가(28·여)와는 동명이인으로,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다.

▶본보 1일자 A12면 참조
A12면 500명의 누드… 82만명의 분노


이날 새벽부터 김 씨에게 도착한 문자메시지는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새 글이 등록됐음을 알리는 내용. 김 씨는 평소 미니홈피에 새 방명록이나 댓글이 달릴 때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림이 오도록 설정했다. 김 씨는 “평소 미니홈피 방문객 수가 많아야 서너 명뿐이었다”며 “하지만 이날 오전 문자메시지를 보고 미니홈피에 가보니 이미 150명이 넘는 누리꾼이 들어와 비방 댓글을 달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사 속 작가를 김 씨로 오인한 누리꾼이 일명 ‘신상털기’를 잘못한 것이다.

김 씨의 신상이 털리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27일 오후 해당 다이어트 카페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김 씨는 “친구들이 내 미니홈피에 누리꾼들이 욕을 써놨다고 알려줘 들어갔더니 이미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다녀갔고 방명록에는 나를 비난하는 익명의 글들로 도배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 “아니라고 해도 ‘왜 잡아떼나’ 사이버테러
비방 1000명중 사과-글 삭제는 4명뿐”


김 씨는 급히 미니홈피 메인 화면과 해당 다이어트 카페에 ‘저는 김보라입니다. 그렇지만 6월 18일부터 전시회를 연 김보라가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흥분한 누리꾼들은 “맞으면서 왜 아니라고 잡아떼느냐” “(거짓말을 하다니) 생각보다 더 개념 없다”면서 더 심한 욕을 해댔다.

김 씨는 답답한 마음에 직접 문제의 김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까지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동명이인인 문제의 김 작가 휴대전화번호까지 또 다른 누리꾼들에 의해 ‘신상털기’를 당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본보 보도 이후 누리꾼들과의 전쟁이 계속되자 결국 김 씨의 남편 이모씨(31)가 1일 오후 기자에게 직접 e메일을 보냈다. 이 씨는 “문제의 작가와는 나이도 다르고 전공 분야도 전혀 다른데도 잘못된 신상털기 때문에 아내가 (사이버)테러를 당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24일에 열리는 아내의 조각전이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며“1000명의 누리꾼 중 내게 사과를 하거나 자진해서 글을 지운 사람은 4명 뿐이었다”고 했다.

잘못된 신상털기로 인한 피해자는 김 씨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초 K대 의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오인된 이 학교의 한 의대생은 누리꾼 8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막말을 한 20대 남성이 한양대 4학년 변모 씨로 잘못 알려지면서 해당 학교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경찰은 “최근 신상털기가 대중화되면서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타인의 신상을 온라인에 직접 거론하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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