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모르는 문제 온-오프라인 멘토에 질문… “스스로 공부법 알게 됐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경남도교육청, EBS와 함께 의령 남산초 ‘꿈을 키우는 공부방’ 운영

경남 의령군 남산초는 4월부터 ‘꿈을 키우는 공부방’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 공부방은 경남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EBS와 함께 일대일 멘토링을 온, 오프라인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경남도교육청 제공
경남 의령군 남산초는 4월부터 ‘꿈을 키우는 공부방’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 공부방은 경남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EBS와 함께 일대일 멘토링을 온, 오프라인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경남도교육청 제공
《“선생님, 이등변삼각형을 고르라는 수학 2번. 잘 모르겠어요.”(학생) “어떤 점을 모르겠는지 말로 직접 설명해 볼래?”(멘토)

“이등변삼각형은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인데요. 보기 <가>는 이등변삼각형 같기도 하고 직각삼각형 같기도 해요.”(학생)

지난달 28일 오후 3시 경남 의령군 남산초등학교의 공부방. 이 학교 4학년 4명이 온라인 멘토와 화상 대화를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6학년 2명은 교육방송(EBS) 강의를 듣고 있었다. 교실에 있던 멘토는 중간 중간 학생들의 공부를 돌봐줬다.》
남산초는 4월부터 매주 2회 2시간 20분씩 교사 추천을 받은 교육적 배려대상 학생 6명을 대상으로 ‘꿈을 키우는 공부방’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공부방은 경남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EBS와 함께 일대일 멘토링을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학부모, 교사, 지역인사 등 교육 주체가 고루 참여해 교육적 배려대상 학생을 지원하는 사회통합형 교육 모델이다.

○ 경남도교육청-EBS, 사회통합 교육모델 구축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덕분에 공부에 자신감이 생겼고 학교수업도 더욱 열심히 참여하게 됐어요.”

‘꿈을 키우는 공부방’에 참가한 학생들의 반응이다. 남산초의 공부방에선 화상 채팅과 EBS 강의 듣기가 일주일에 한 번씩 번갈아 진행된다. 매주 화요일엔 4학년이, 목요일엔 6학년이 화상 채팅에 참여한다. 학생은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채팅창에 질문 내용을 입력하거나 마이크를 통해 질문을 한다. 질문을 받은 멘토는 펜마우스로 모니터에 직접 문제풀이 과정을 쓰거나 중요 사항을 요점정리하며 학생이 이해할 때까지 반복해서 설명한다.

이날 6학년 학생들은 EBS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중요한 내용을 노트에 적었다. 이 학교 6학년 강모 군은 “멘토가 노트를 정리하는 방법을 꼼꼼히 설명해줬다”면서 “노트에 옮겨 적었더니 기억에 오래 남고 다가오는 기말고사 대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하현숙 교장은 “책상 앞에 앉아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학습태도가 개선된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또 학생들이 컴퓨터를 게임하는 도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학습 도구로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 집중 멘토링 시스템으로 학업능력 쑥쑥!

경남도교육청은 ‘꿈을 키우는 공부방’ 운영 전반을 관리하며, EBS는 모든 동영상 강의와 교재를 무상 지원한다.

경남도교육청 과학직업교육과 김동수 장학사는 “이 공부방은 지역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면서 “최종 목표는 수혜 학생이 또래 멘토로 활동하며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방에선 온라인 멘토, 오프라인 멘토, 모니터 요원이 학생을 관리하는 ‘집중 멘토링 시스템’이 구현된다. 한 공부방은 학생 6, 7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경남지역 내 초중고 74개교의 77개 공부방에서 50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관리 인력은 총 186명. 학습과 상담을 진행하는 온라인 멘토가 20명, 학습 관리와 봉사활동 지도를 맡는 오프라인 멘토가 77명, 멘토와 멘티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모니터 요원이 77명이다. 여기에 퇴직 교원이 중심인 코디네이터 12명이 지역별로 공부방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숫자만큼 주목해야 할 건 구성원의 면모다. 온라인 멘토는 EBS가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선발했으며 공부방 참가학생을 전담한다. 이들은 매주 1회 20분 이상 화상 채팅을 통해 상담을 진행한다. 상담 내용은 학습계획 세우기, 예·복습 방법 같은 학습방법부터 친구관계, 입시, 진로까지 다양하다. 또 ‘첨삭 Q&A 게시판’을 통해 과제를 첨삭해주거나 학생이 올린 질문을 텍스트 또는 동영상 형태로 답변해준다.

오프라인 멘토는 국어 영어 수학 등에 지식이 있는 학부모와 대학생이 주축이다. 이들은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표시해 학생이 온라인 멘토에게 직접 질문하도록 돕는다. 이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떤 질문을 하게 하느냐’다. 질문은 자기주도 학습의 첫걸음이기 때문. 현직 교사로 구성된 모니터 요원은 멘토링 시스템을 점검하고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 나눔과 봉사 실천하며 꿈을 키운다!

공부방은 3개월 단위로 12시간은 EBS 동영상 강의를 듣는 온라인 학습, 28시간은 오프라인 학습으로 짜여 있다. 오프라인 학습기간 중 3시간의 봉사활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 김동수 장학사는 “학생들에게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취지다”면서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꿈을 키우는 공부방은 올 1월 경남 밀양지역 내 초중고 6개교 30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됐다. 만족도 조사에서 참여 학생의 9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앞으로 경남지역 학생 수의 약 12%인 6만 명의 교육적 배려대상자를 대상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남지역 학생수의 12%인 6만명이 혜택 받게 해야죠”▼
‘꿈을 키우는 공부방’ 수장, 고영진 경남도교육감



“도시와 농·산·어촌이 공존하는 경남 지역은 지역별로 학력 수준의 격차가 큽니다. 학력 수준의 지역 간 불균형을 바로 잡고 교육적 배려대상 학생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 마련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한다면 이런 문제를 빨리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사진)은 2003∼2007년에 13대 도교육감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7월 경남도교육감으로 다시 선출된 뒤 저소득층 등 교육적 배려대상 학생의 지원을 역점 과제로 삼았다. 각계의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꿈을 키우는 공부방’이다. 이 공부방은 경남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교육방송(EBS)과 연계해 온·오프라인을 통해 밀착 멘토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취임 1년을 맞은 고 교육감을 지난달 28일 만났다.

“공부방에 참가한 학생들은 하나같이 자기주도적 공부습관을 익혔다고 합니다. 공부에 자신감이 생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찾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합니다.”

공부방은 학생 6, 7명과 오프라인 멘토 1명으로 짜여진다. 학생은 EBS 학습 동영상을 시청하며 오프라인 멘토에게서 학습관리와 봉사활동을 지도받는다. 또 EBS 온라인 멘토에게 일대일로 상담을 받으며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익힌다. 올 1월 밀양지역 초중고교생 30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결과, 참여 학생 97%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경남도교육청은 4월에 이 프로그램을 18개 시군 74개 초중고교의 교육적 배려대상 학생 500명으로 확대했다. 예산은 약 6억 원.

“현재 고학력 학부모와 지역 인사 중 엄선된 77명이 오프라인 멘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사가 공부방 운영을 점검하며, 퇴직 교원을 주축으로 권역별 1명의 코디네이터가 종합적으로 관리합니다. 그물망처럼 촘촘히 구축된 이 프로그램은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새로운 학습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고 교육감은 “앞으로 경남지역 학생 수의 약 12%인 6만 명의 교육적 배려 대상자를 대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며 “교육과학기술부와 협력해 이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 교육감은 낙도, 오지 학생들에 대한 지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가을에 통영시 욕지도에서 피아니스트 백건우 초청 연주회도 계획하고 있다. 도내 12개 공공도서관에 다문화와 관련된 코너를 운영하는 등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과 지원사업도 강화할 방침이다.

고 교육감은 지난 1년간의 성과로 독서교육 확산과 경남미래교육재단 설립 운영 및 초등생 무상 수학여행비 지원에 관한 조례안 통과를 꼽았다. 고 교육감은 “학교 독서교육을 강화할 뿐 아니라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독서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고 독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미래교육재단은 제2의 김연아, 박지성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다. 기금은 도교육청이 100억 원을 출연하는 등 500억 원을 조성해 내년 5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력 향상과 인성교육은 ‘기본’입니다. 사회통합 교육멘토링 외에도 맞춤형 기초교육을 강화해 경남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반드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여기에 더해 노래가 있는 학교, 운동하는 학교, 책 읽는 학교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의령·창원=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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