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 목동중 3학년 박서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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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빅뱅’이 전부였지만… 공부 목표 생긴 뒤 ‘발동’ 걸었어요

《서울 목동중학교 3학년 박서현 양(15)은 아이돌 그룹 ‘빅뱅’의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지난해 친구의 MP3플레이어에서 우연히 빅뱅의 노래 ‘라라라’와 ‘붉은 노을’을 들은 뒤 팬이 됐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신나는 멜로디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케이블 TV에서 10부작으로 방영된 빅뱅 다큐멘터리도 ‘섭렵’했다. “리더인 지드래곤이 특히 인상에 남았어요. 밤늦게까지 노래연습을 한 뒤 다시 작곡을 하기 위해 녹음실로 가더라고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던져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죠. 누군가를 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어요.”(박 양) 문득, 아무런 목표 없이 살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진 박 양. 다짐했다. ‘나도 이제부터 멋있는 사람이 될 거야!’》
중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347등이었던 박서현 양은 2년 만에 전교 8등으로 올라섰다. 박 양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빅뱅의 지 드래곤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했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347등이었던 박서현 양은 2년 만에 전교 8등으로 올라섰다. 박 양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빅뱅의 지 드래곤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했다”고 말했다.
공부와 성적에 큰 관심이 없었던 탓일까? 중학교에 입학한 뒤 박 양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중1 첫 중간고사 성적은 평균 79점. 전교 642명 중 347등이었다.

하지만 중2가 되면서 박 양은 딴사람이 됐다. 지드래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지드래곤의 모습에 자극받은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우선 목표부터 세우기로 다짐했다. 첫 번째 목표는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 평소 책상 앞에 채 30분도 앉아있질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독서실에 다니던 박 양의 뒷자리는 전교 1, 2등을 다투던 학생이었다. 그 친구는 공부를 시작하면 5시간씩 돌부처처럼 앉아있기로 유명했다. 며칠간 그 친구를 유심히 관찰했다. 아, 정말 5시간 동안 쥐죽은 듯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닌가!

눈에 보이는 목표가 정해졌다. ‘네가 일어나나, 내가 일어나나 한번 두고 보자’고 다짐했다. 그 친구와 경쟁하기 위해 자리에 앉으면 최소 2∼3시간은 공부에 집중했다. 하다 보니 공부하는 양도 절로 늘었다.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평균은 86점. 전교 110등대였다. 하지만 이것은 목표의 ‘끝’이 아니라 ‘과정’에 불과하다고 박 양은 생각했다.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수학이었다. 대부분의 주요 과목이 90점대였지만 유독 수학은 80점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학에서 나의 문제는 뭘까.’ 곰곰이 스스로를 평가해보았다. 학원에 의지하는 공부습관 때문이란 결과를 얻었다. 평소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를 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자신이 취약한 부분이 어디인지 알기 어려웠다.

박 양은 2학년 여름방학 동안 수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기로 했다. 학원을 그만두고 하루 공부시간의 70% 이상을 수학에 할애했다. 특히 △함수 간 관계를 파악하는 문제 △그래프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 △도형의 외·내각을 구하는 문제처럼 취약 부분을 집중 공략했다.

여름방학이 끝난 뒤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평균 91점. 전교 60등대였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학점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랬다. 수학은 단기간에 점수가 오르기 어려운 과목이었다. ‘더 열심히’ 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성적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박 양은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달았다. 공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목표’를 갖는 일이란 사실을.

“중2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엄마와 약속을 했어요. 한 달 동안 제가 200시간을 공부하면 어머니가 빅뱅 콘서트 티켓을 사주시기로요. 결국 저는 해냈고 올 2월 꿈에 그리던 빅뱅 콘서트에 다녀왔어요(웃음).”

중3이 된 박 양은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바로 자신이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목표가 생기니 공부에 또 ‘발동’이 걸렸다. 암기과목은 그날 반드시 복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암기과목은 시험 전 2∼3주 공부로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복습방법은 간단했다. 국사시간에 조선의 붕당정치를 배웠다면 △시대상황 △갈등이 일어난 계기 △사건 전개과정 등을 완벽히 이해하고 줄줄 욀 때까지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반복해 적었다.

시험 한 달 전에는 등교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학교로 갔다. 수업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다른 학교의 기출문제를 풀었다. 시험 당일에는 두 시간 먼저 학교에 나와 그간 정리한 공책이나 문제집을 다시 한 번 훑어봤다.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박 양의 평균은 96점. 수학은 그토록 바라던 100점이었다. 전교 649명 중 8등. 중1 때 치른 첫 중간고사에 비하면 무려 339등이 뛰어오른 것이다.

박 양의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최종 목표인 ‘치과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근데 그는 왜 치과의사를 꿈꿀까?

“어렸을 적 치과에 갈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앞섰어요. 나중에 내가 치과의사가 되면 환자들이 두려움과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대하고 치료해 주리라 다짐했지요. 아직도 실력이 많이 부족해요. 하지만 그 꿈을 향해 뛰어가 이뤄낸다면 사람들이 저를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제가 지드래곤을 보고 가졌던 느낌처럼(웃음).”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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