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과정 개편을 급하게 추진하면서 7개월여 만에 새 교과서를 개발하도록 지시해 내용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교과서 개발업체들도 “통상 1년 반 정도 걸리는 교과서 개발을 7개월 만에 하는 것은 무리”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5일 교과부에 따르면 2009년 12월 발표된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올해부터 초등 1, 2학년과 중학교 및 고교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교육과정이 바뀌면 교과서도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2009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개발작업은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교육과정의 큰 틀만 발표됐을 뿐 교과목별 세부 교육과정은 다음 달 확정되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학생의 학습부담을 줄이고 창의인성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2009년 말 교육과정을 개정하고 1년여 만인 올 3월부터 바로 적용했다. 그러나 교과서는 2013년까지 계속 쓰기로 했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적용기간을 초1∼중3으로 전보다 1년 단축하고 여러 과목을 묶어 수업시수를 편성하는 교과군 개념을 도입했지만 교과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새 교과서는 2013년까지 개발하고 2014년부터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의원들이 3월 “새 교육과정과 교과서 보급 사이의 공백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한 뒤 이주호 장관이 “교과서 개발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생겼다.
교과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각론을 8월 중 고시한 뒤 같은 달 말까지 국정 또는 검정 대상 교과목과 검정 일정을 공고할 예정이다. 검정 신청(2012년 3∼4월)과 최종 합격 발표(2012년 8월)에 이어 2013년 3월부터는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전 학년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교과서 제작업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보통 1년 반 정도 걸리던 교과서 개발을 7∼8개월 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중고교의 경우 3년에 걸쳐 배우던 일부 과목을 1∼2년에 몰아 배우는 교과 집중이수제가 도입돼 3년 치 교과서를 한번에 모두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더 크다.
2014년부터 적용하더라도 시간이 촉박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던 개발업체들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정이라는 입장이다.
A교과서 개발업체의 간부는 “아무래도 7개월은 무리다. 전 과목, 전 학년 교과서를 6개월여 만에 한꺼번에 개발하라는 것은 질 떨어지는 교과서를 만들라고 정부가 부추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는 “이전 교육과정에 맞춘 교과서의 경우 사용기간이 예상보다 줄어들지만 저자에 대한 인세는 모두 지불해야 하는 부담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교과서 개발업자들은 동아일보 등 일부 신문의 광고를 통해 이런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교과서 집필자로 참여하는 한 국어 교사는 “새 교과서 도입을 1년 당길 경우 실질적인 집필 기간은 6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며 “국어는 교과마다 말하기 쓰기 듣기 등 통합적인 교육 내용을 개발해야 하므로 지금 상황에선 매일 밤을 새운다고 해도 내용이 충실한 교과서를 만들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의 신강탁 교과서개발팀장은 “기간이 짧아지긴 했지만 충분히 개발 가능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교과서 제작에 참여하는 98개 출판사와도 합의된 사항이므로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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