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명에게 건당 36만원 받고 장애진단서 떼줘교통요금 등 혜택 50여 가지… 경찰, 브로커 추적
레슬링 선수, 코치 등을 포함해 무려 1400여 명이 허위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이 가짜 장애인으로 등록해 교통요금 할인, 취업 특전 등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진단도 없이 장애진단증 발급
광주지방경찰청은 5월 초 “사회체육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가짜 진단서로 장애판정을 받아 각종 장애인 혜택을 받고 다닌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관련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경찰이 일부 가짜 장애인을 불러 조사한 결과 이들 대다수가 브로커를 통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모 신경과의원 정모 원장에게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병원을 압수수색해 이곳에서 2009∼2010년 장애진단을 받은 1400여 명의 진료 기록을 입수했다. 정 원장은 서울의 유명 의대를 졸업한 신경내과 전문의로 알려졌다. 경찰은 1400여 명의 가짜 장애인 중 광주에 주소지를 둔 55명을 소환조사해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가짜 장애진단서 한 장이면 장애인으로 등록돼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은 브로커에게 1인당 100만∼300만 원의 알선 수수료를 건넸으며 정 원장도 진단서 발급 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36만 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가짜 장애인은 병원 인근 커피숍 또는 공원 등지에서 브로커가 건네준 목발이나 지팡이를 받아 장애인 행세를 하도록 교육받은 뒤 브로커와 함께 병원으로 가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일부는 아예 병원에도 오지 않은 채 브로커를 통해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정 원장과 가짜 장애인을 연결해 준 브로커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가짜 장애인들이 서울 경기 충청 강원 전남북 등 전국에 걸쳐 있어 각 지방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한 뒤 전국적으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 각종 장애인 혜택 노려
신체가 멀쩡한 비장애인들이 이런 수법을 써 가짜 장애인으로 등록한 것은 장애인 혜택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등록장애인이 받는 혜택은 줄잡아 50가지가 넘는다. 우선 1∼6급(전국 공통)에 대해서는 지하철 요금이 100% 면제되고 철도 요금도 30∼50% 감면된다. 국내선 항공 요금 50% 할인(1∼3급 장애인은 보호자 1명 포함)과 유선 및 무선전화 요금도 30% 안팎으로 할인된다. 또 취업 우대는 물론이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 차원에서 주는 LPG 차량 구입 및 가스값 할인 혜택 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장애인 및 브로커는 장애진단서 한 장이면 쉽게 장애인으로 등록되고 각종 혜택도 많은데 이를 점검할 수단이 미비했다는 점을 노렸다”며 “가짜 장애인들이 금전적 혜택을 넘어 병역 면제도 받았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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