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아파트 리모델링’ 가구수 늘리기 불허… 1기 신도시 주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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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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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문제 없으면 증축 길 터줘야”
“리모델링 가구당 2억원선 부담… 주택기금 저리대출 도움안돼”

국토해양부가 안전상의 이유로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 증축을 불허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경기도 내 신도시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가 몰려 있는 분당(성남) 일산(고양) 평촌(안양) 중동(부천) 산본(군포)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1992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는 전체 414개 단지에 27만6000여 채의 아파트가 있으며 이 중 95%에 해당하는 394개 단지가 리모델링 건축 허용 연한인 15년을 넘었다. 자연스럽게 몇 년 전부터 아파트 리모델링이 신도시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다. 그동안 주민들은 수직 증축을 통한 일반분양 허용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해 왔다.

○ 수직 증축 안 되면 리모델링은 불가능

경기도 조례에 따르면 1993년 이후 준공된 아파트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허용된다. 이 때문에 노후된 아파트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리모델링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증축을 하지 않는 리모델링의 경우 30평형대 아파트에서 가구당 1억5000만∼2억5000만 원을 부담해야 해 가구 수를 늘리는 수직증축을 통한 리모델링으로 부담금을 낮추는 것이 대안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주민들은 가구 수가 10% 늘어나면 분담금을 30∼40%를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성남 분당신도시 하얀마을 5단지의 경우 수직증축이 허용되지 않으면 리모델링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다. 779채인 이 아파트 단지는 15∼17평형(실평수 10∼11.8평)으로 단순 리모델링으로는 3, 4평 정도만 늘어나고 가구당 1억 원 안팎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 봉현우 리모델링위원장은 “아파트가 낡고 노후해 당장 리모델링하고 싶지만 분담금이 워낙 커서 그동안 참고 기다려 왔다”며 “증축 허용이 안 되면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파트단지가 리모델링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8년 7월 1기 신도시 중 두 번째로 조합을 설립한 안양 평촌시도시 목련마을 2단지(994채)의 주민들도 “3년 동안 참고 기다렸는데 정부가 주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며 허탈해했다.

4·27 국회의원 분당을 보궐선거에서도 여야 후보들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모두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 4월에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국토부가 7월 중 안을 내놓은 뒤 검토하기로 해 논의 자체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 “끝까지 싸우겠다”

주민들은 정부가 수직증축을 불허하더라도 끝까지 투쟁해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각오다. 2008년 결성된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 이형욱 회장은 “여러 차례 공청회 과정에서 한국구조기술사협회 등 전문가들이 ‘일정 범위 내 증축은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관련 자료도 국토부에 제출했다”며 “개별 아파트마다 정밀진단을 실시한 뒤 안전범위 내에서 증축을 허용하면 될 텐데 왜 무조건 불허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또 국토부가 ‘기존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국민주택기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겠다’고 6일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서민들을 수억 원씩 빚지게 만들어 빚쟁이로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회는 앞으로 국회에 입법을 촉구하고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서울지역 리모델링 연합회 측과도 만나 연대 투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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