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내고장 둘레길/충북 옥천 ‘향수 100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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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돌담… 사립문… 초가… 고향을 걷는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정지용 시 ‘향수’ 중)

향수 100리길은 자전거 길로 유명하지만 드라이브와 걷기에도 매력적인 코스다. 정지용 시인의 발자취가 깃든 길을 MTB마니아들이 달리고 있다 옥천군 제공
향수 100리길은 자전거 길로 유명하지만 드라이브와 걷기에도 매력적인 코스다. 정지용 시인의 발자취가 깃든 길을 MTB마니아들이 달리고 있다 옥천군 제공
충북 옥천 ‘향수100리길’은 마음 푸근한 고향길이다. 우리 민족 정서를 잘 담아낸 정 시인의 발자취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명품 녹색길이다. 옥천읍 하계리 정 시인의 생가에서 출발해 육영수 여사 생가∼장계관광지(멋진 신세계)∼안남면∼청성면 합금리 금강변∼금강휴게소∼안터선사공원∼정지용 생가로 되돌아오는 50.6km로 구성돼 있다. 걷기에는 다소 먼 거리지만 걷기뿐 아니라 드라이브, 자전거 타기가 모두 가능하다. 옥천에는 8개의 자전거길이 유명한데, 그 가운데 ‘향수 100리길’이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자전거로만 다닐 경우 3시간 반 정도 걸린다.

시작점인 정 시인 생가는 1974년 허물어진 것을 1996년 복원했다. 구읍 사거리에서 수북쪽으로 청석교 건너편에 있다. 돌담과 사립문, 초가 등 시심(詩心)을 키우던 정 시인의 어린시절이 투영된다. 콘크리트로 된 실개천이 아쉽지만 부레옥잠과 갈대 등이 우거졌던 옛 모습 그대로 복원이 진행 중이어서 올해 말이면 시(詩) 속 실개천이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시인 생가를 나와 육영수 여사 생가를 거쳐 장계 관광지로 향하면 향수100리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향수100리길이 생기기 전 장계관광지까지는 ‘향수30리’길로 불렸다. 자전거로 신나게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장계관광지에 다다라 ‘멋진 신세계’를 만난다. ‘멋진 신세계’는 최초의 모더니즘 시인인 정지용의 시문학 세계를 조명한 옥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 1호이다. 북카페와 갤러리, 문화체험관 등이 조성돼 있고 방갈로와 취사시설도 있어 가족과 함께 야영도 할 수 있다.

멋진 신세계에서 장계교를 지나 인포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안남면으로 접어든다. 안남초등학교 옆 좁은 길을 따라 가다 산으로 오르면 ‘둔주봉’(384m)을 만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금강이 만들어낸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다. 하산해서 경율당(시도유형문화재 192)을 지나 오른쪽 농로로 들어서면 금강휴게소까지의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금강을 따라 난 좁은 도로지만 하늘빛과 물빛이 어우러진 꿈같은 매력을 선사한다.

금강휴게소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과 하행선, 국도에서 모두 진입할 수 있는 게 특징. 휴게소 안쪽 한 벽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시원한 금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휴게소 인근 굴다리를 지나면 옥천의 맛을 맛볼 수 있는 토속음식촌이 모여 있다. 계속 금강변을 따라 달리면 안터선사공원을 지나 출발지인 정 시인 생가에 도착한다. 경부고속도로 옥천 나들목에서 정 시인 생가까지는 승용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옥천은 민물생선 요리가 유명하다.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돌려 담은 뒤 기름으로 바삭하게 튀기고 매운 양념을 바른 ‘도리 뱅뱅이’와 여러 민물고기를 푹 삶은 뒤 그 육수에 국수를 끓인 ‘생선국수’가 대표 메뉴다. 올갱이(다슬기의 사투리)국과 인삼메기탕도 유명하다. 전국 유일의 옻산업특구여서 옻닭과 옻비빔밥 등 다양한 옻요리도 맛볼 수 있다.

서울∼옥천 간 ‘시문학 자전거열차’가 옥천포도축제(7월), 가을단풍여행(9월), 시인의 고향을 찾아서(10월), 2011 마지막 MTB여행(11월) 등 테마별로 운행된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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